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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모기의 '나와바리'는 어디까지?

hherald 2021.04.19 15:14 조회 수 : 4032

보석으로서의 호박 琥珀은 나뭇진이 굳어 화석이 된 것인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쥐라기 공원'을 보면 호박 속에 갇혀 화석이 된 모기가 나온다. 모기는 1억 7천만 년 전의 화석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쥐라기에도 살았다는 뜻이다. 공룡의 피를 빤 모기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해서 공룡을 만들었다는 영화의 가설이 그럴듯한 이유다. 모기는 그만큼 오랜 세월을 생존해온 생물이다. 짧은 기간에 많은 동식물이 멸종된 백악기의 대량 절멸, 소위 K-Pg 멸종을 버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곤충이다. 바퀴벌레랑 함께.

 

그런데 이젠 모기가 히말라야의 해발 3천m의 고지대 마을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당연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지만 모기의 생명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모기는 해충 害蟲이라서 사람의 피를 빠는 과정에 여러 가지 질병을 옮긴다. 그래서 히말라야 마을에 모기가 출몰하면서 더운 지방에서 발병하는 말라리아, 뎅기열 같은 질환이 생기고 있다.

 

모기는 여름 곤충이다. 사실이다. 우리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라는 말은 양력 8월 23일경인 처서가 지나 아침저녁으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면 모기도 힘이 없어져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간의 생활 환경에 적응한 모기가 1년 내내 출몰한다고 봐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의 출몰은 사람이 또 다른 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신호다. 즉 모기가 거의 없는 지역인 북유럽 국가에 사는 사람이 모기가 옮기는 질병에 걸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황열병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뎅기열, 치쿤구니야열병 등... 이런 병을 옮기는 모기가 연중 한 달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따뜻한 지역이 지구 온난화로 점차 확장되면서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이 점차 넓어진다. 모기의 '나와바리'가 점차 북으로 북으로 넓어진다. 그래서 <기후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질병에 걸린 모기가 영국에 살게 될 것>이라는 반갑지 않은 보고서가 나온다.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최초의 인간 '루시'는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었다. 말라리아를 전문 연구했던 어느 교수는 모기를 <우리의 가장 집요하고 치명적인 적 Our Most Persistent and Deadly Foe>이라 규정했다. 쥐라기부터 살았기에 모기는 지구에 일찍 정착했고 나중에 인류가 지구에 등장했을 때 하나의 새로운 먹이로 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간과 모기는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다. 모기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하루에 수십억 마리가 태어난다.

 

모기가 반드시 박멸해야 할 대상인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도 의견이 다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 천 마리의 모기 유충을 잡아먹고 살듯이 생태계에 하는 역할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생태계가 파괴돼 모기의 천적이 줄었고 모기의 나와바리가 너무 확장됐다는 것이 지금의 문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져야 하는데 일 년 내내 꼿꼿하다는 것이 문제다.

 

모기의 영토가 넓어진 것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면 결국 우리의 잘못이다. 모기가 우리의 자멸에 어부지리하고 있다. 인류는 혼자 편하자고 즐기다가 모기에게 자꾸만 '나와바리'를 내주고 있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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