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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코로나 19 백신과 '죄수의 딜레마

hherald 2020.12.07 16:50 조회 수 : 6796

백신 vaccine은 소를 의미하는 라틴어 vacca에서 나왔다. 바로 1796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소 젖을 짜는 사람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고 만든 우두, 종두법 vaccination이 세계 최초의 백신이다. 기원전부터 인류를 괴롭힌 질병인 천연두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대륙은 아프리카였는데 1977년에 박멸됐다. 세계보건총회 WHA가 천연두 종식을 선언한 것이 1980년이다. 제너가 백신을 만들고 184년만에 종식된 셈이다. 올해는 천연두 종식 40년이 되는 해다.

 

영국 정부가 2020년 12월 2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 19 백신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미국과 독일이 개발한 백신인데 첫 승인은 영국이 했다. 매트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지난 4월에 옥스퍼드대학에서 코로나 19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우리의 모든 걸 쏟아부어 세계 최초의  백신 개발 국가가 되겠다."고 한 바 있다. 18세기 말 종두법으로 세계 최초의 백신을 만든 영국이 코로나 19 백신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인데 영국 자체에서 개발하는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아니라도 어쨌든 코로나 19 백신의 최초 승인이라는 기록은 영국이 차지했다.

 

영국이 최초를 기록하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불편하다. 백신 개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었던 그는 대선 전에 백신이 나오도록 독려했지만,  미국 FDA는 백신 승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선거 전에 만들라고 하든 말든 제약사가 낸 임상시험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는 등 원칙대로 승인 절차를 가졌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최초 코로나 19 백신' 타이틀을 갖고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고 싶었던 트럼프는 그래서 FDA를 낙선의 책임자로 볼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 19 백신 타이틀 경쟁은 스파이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 WHO를 통해 몰래 정보를 얻어 미국 대학들에 디지털 정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대학의 연구 자료를 불법으로 얻으려 한 의혹으로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이 폐쇄됐다. 러시아 대외정보국 소속 해커 그룹은 영국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정보를 빼려고 했다. 백신 개발이 국제 사회에서의 패권 경쟁이 되고 정치 지도자에게는 국내 정치 상황에 이용할 요인이 되기에 이처럼 과열된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염려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정치적 계산이 코로나 19 백신 개발에 담겨 있다는 게 문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백신이 모자란다는 것.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동안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줄 것인가의 문제다. 고위험 집단에 먼저 주면 최대 효과가 나지만 백신을 만든 나라는 자국민을 먼저 챙기고 싶다. 그래서 인류는 함께 어떤 선택을 해야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가 나올지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국가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면 코로나 19 백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류는 코로나 19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경고다.

 

누가 먼저 만드느냐의 순위 경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공급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만드는 경쟁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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