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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군에 갔다 온 남성은 다 아는 군가 軍歌, 어쩌면 가장 많이 불렀을 노래가 아닐까 하는 곡이 '진짜 사나이'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너와나 나라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이 노래를 지난 연말 여성들이 시위에서 불렀다. 여성 혐오 폭력 속에 세상을 떠난 여성 연예인 설리·구하라 사건을 계기로 열린 '페미사이드(Femicide) 철폐 시위'에서 여성들은 이 노래 가사를 바꿔 불렀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강요도 많다만 너와 나 여혐 속에서 살아남았다>

두 여성의 죽음은 외국 언론에서도 주목했는데 영국 BBC는 두 연예인의 죽음 중 특히 <구하라 씨의 극단적 선택은 재판부와 대중의 2차 가해 때문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시위에서 참여 여성들은 손바닥에 빨간 물감을 묻히고 구호를 외쳤다. 빨간 물감은 페미사이드 희생자의 피를 의미한다.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페미사이드 규탄 집회에서 참여 여성들은 도심 곳곳에 빨간색 구두를 놓아뒀다. 붉은 신발은 가정, 데이트폭력으로 흘린 여성들의 피를 의미한다. 구호는 <그녀가 그를 떠나자, 그가 그녀를 죽였다>

올해 멕시코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수도 멕시코시티의 도심 곳곳에 수백 켤레의 빨간 신발이 놓였다. 주인 없는 신발은 종류도 다양했다. 하이힐부터 운동화, 단화, 작은 어린이 신발까지,,, 대상의 연령을 가리지 않는 멕시코 페미사이드의 현실을 보여주는 신발들이다. 물론 빨간색은 그 여성 희생자들이 흘린 피를 의미한다. 멕시코 한 해 3천750명, 하루에 10명꼴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 앞에는 5만 명의 시민이 보라색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모였다. 이들 역시 일부 참가자가 희생자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물감을 옷에 묻힌 채 도로에 드러누웠다. 프랑스도 사흘에 1명꼴로 페미사이드 희생자가 나오는 심각한 나라다.

 

페미사이드 범죄 최다 발생 국가로는 주로 남미의 브라질, 엘살바도르를 꼽는다. 브라질에서는 매일 4명의 여성이 살해당한다. 엘살바도르는 더 하다. UN은 2018년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가장 위험한 국가로 엘살바도를 지목했는데 인구 페미사이드가 가장 많은 곳이다. 67%의 엘살바도르 여성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처벌은 극히 드물다. 경찰이 범죄단체의 보복이 두려워 처벌을 못 한다고 한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다. 다이애나 러셀 교수가 1976년 여성 대상 범죄 국제재판소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책에서도 <페미사이드는 역사적으로 불평등한 남녀의 권력 관계에서 기원했다. 여성에 대한 증오, 경멸, 쾌락, 소유욕 등이 동기가 되어 남성이 자행한 여성 혐오적 살해>라고 정의했다. WHO는 페미사이드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애 상대, 동거인,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페미사이드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완벽한 보호, 조기 교육을 통한 의식의 변화가 따라야 근절된다. 그것 없이 말로만 이를 근절하겠다는 사회와 국가에는 페미사이드로 고통받는 여성이 이를 벗어날 방법이 죽임당함과 자살뿐이다. 

 

<남성은 여성들이 자신을 비웃을까 두려워한다. 여성은 남성들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한다.> - 마거릿 애트우드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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