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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악수 거부, 그 진한 적대감의 표현

hherald 2019.12.09 17:10 조회 수 : 6439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차 영국에 온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버킹엄궁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가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부부를 만나 악수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악수를 마친 여왕이 딸 앤 공주 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는데 앤 공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결국 앤 공주와 트럼프 부부는 악수를 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앤 공주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수를 거부했다는 추측 보도가 이어졌다. 심지어 여왕이 눈빛으로 꾸짖는데도 공주는 악수하지 않고 버텼다는 해석도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한 기자는 앤 공주가 다른 의미로 어깨를 으쓱한 거지 악수 거부는 오해라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앤 공주가 다른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 뒷담화하는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악수 거부가 아니었나 추측이 계속됐다.

 

오늘날 악수는 세계 공통의 인사다. 악수의 유래로 가장 많이 얘기되는 설은 중세에 기사들이 칼을 차고 다니며 적을 만나면 오른손으로 칼을 빼 싸웠는데 싸울 의사가 없으면 손에 무기가 없다는 걸 보이려 오른손을 내밀어 상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또한 악수는 잡은 손을 흔든다. 손을 잡고 팔을 흔드는 것은 소매 부분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의미다. 그래서 무기를 갖지 않았던 여성들은 원래 악수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악수를 한다는 것은 적의가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악수를 거부하면 적대감의 표현이다. 

 

앤 공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를 적의감을 갖고 거부했는지 우연히 그렇게 비쳤는지 알 수 없으나 만약 악수하는 것이 습관화된 정치인과의 악수를 거부했다면 이는 상대에 대한 거부의 표현이다. 우리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한 사례를 보면 그렇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이 투표소 참관인에 악수를 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을 두고 '대통령들의 굴욕'이라며 계속 회자한다. 물론 거부한 이들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따른다.

 

운동 경기에서 선수끼리 악수 거부가 자주 일어난다. 박지성 선수가 한창일 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존 테리 선수의 손을 잡지 않았던 것은 유명하다. 두 선수는 모두 양 팀 주장으로 나와 두 번이나 악수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지만 박지성은 두 번 모두 존 테리의 악수를 외면했다. 악수를 거부하며 인종차별에 적대감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의 수영 영웅이라는 쑨양도 도핑 의혹을 받고 있어 동료 선수들로 악수 거부를 당한 경험이 많다. 올해 광주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그는 금메달을 땄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의 악수를 거부하고 같이 시상대에 서려고 하지 않았다.  '쑨양 패싱'이라고 불렸던 그들의 악수 거부는 도핑검사를 거부하고 혈액 샘플을 망치로 깬 쑨양의 부정한 스포츠 정신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이었다.

 

악수는 상대와 인사하는 것이며 관심과 애정, 화해의 뜻을 전달하는 행위다. 악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첫인상이 달라진다고 한다. 가장 과학적인 악수법은 상대방 손을 힘을 약간 주고 잡아 3회 정도 흔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3초의 예절이라고 한다. 악수를 거부하는 것은 그 3초도 아깝다는 뜻 이상이겠지만...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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