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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일본에 있어서 메이지 明治라는 말은 천황의 이름이면서 왕정 복귀, 근대화의 시작, 침략 전쟁과 전쟁의 승리, 제국주의 토대, 명치유신 明治維新 등으로 기억되는데 특히 일본의 우익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영광의 시절'인가 보다.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일본의 보수 세력이 공휴일인 11월 3일 '문화의 날'을 원래 이름인 '메이지의 날'로 되돌리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1868년은 당시 메이지 천황이 연호를 메이지로 정하고 새 정부의 정책 5개를 선언한 해다. 이를 메이지 원년으로 해서 150년이 된 지난해 2018년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메이지의 날 실현을 위한 의원연맹'을 발족한 바 있다. 11월 3일은 메이지 천황의 생일로 그가 살아 있을 때는 천황탄생일인 천장절 天長節로 지냈고 1927년부터 1947년까지는 명치절 明治節로 불렀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 사령부가 보기에 이는 천황을 신으로 여기는 냄새가 난다고 메이지절을 없애라고 했다. 그래서 합의한 내용이 11월 3일을 공휴일의 명맥은 유지하되 '문화 文化의 날'로 했다. 1947년에 제정된 일본국 헌법의 <일본국은 평화와 문화를 중시한다>에서 가져왔다. 문화의 날에는 예술제가 주로 열린다.

 

일본의 공휴일에는 천황탄생일이 있다. 현 천황의 생일이 공휴일이다. 현재 일본의 천황 나루히토의 생일인 내년 2월 23일이 공휴일이다. 올해는 4월에 퇴위한 아키히토 전 천황의 생일인 12월 23일이 공휴일이다. 그러니까 메이지 천황의 생일은 메이지절에서 문화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천황탄생일과 관계없이 공휴일로 지켜져 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일본의 우익은 이제 이 이름을 다시 메이지절로 하려는 것이다. 의원들의 모임에 보수 인사들이 만든 민간단체 '메이지의 날 추진협의회'에서 100만인 서명까지 받아 이를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지금 아베 정부는 처음부터 메이지절을 만들고 싶어 했다. 어쩌면 지금 문화의 날로 돼있는 걸 다시 메이지의 날로 돌리는 정도가 아니라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국경일로 만들어 국민적 만세를 조종하고 싶었을 것이다. 1968년에 당시 총리인 사토 에이사쿠는 메이지 100년을 축하한 바 있다. 2018년이 되기 전부터 아베 총리는 메이지 150년을 강조해왔다. 메이지 시대로의 복귀는 군국주의로의 복귀이며 이는 아베가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표인 헌법 개정과 연결된다. 메이지 100년을 축하했던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동생이다. 아베 총리는 그의 외손자다. 이들 집안에는 메이지 유신의 빛만 보일 뿐 침략전쟁은 전혀 미안하지 않다.

 

도대체 메이지 시대의 영광이란 게 뭔가. 2천만 명을 죽인 군국주의가 그들이 그리워하는 영광인가?  주변국의 피해와 희생으로 이룬 영광, 그들이 이룬 근대화란 게 어디서 왔는가. 주변국을 침략해 빼앗은 것으로 이룬 근대화 아닌가. 

 

메이지 明治는 사서삼경 중 '역경'의 <향명이치 嚮明而治 밝은 것을 향하여 다스린다>에서 따왔다. 다스리는 이치를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밝은 것을 향한다면서 정작 잔혹한 과거로 향하는 그들의 회귀가 달갑지 않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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