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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예멘 난민을 만나 당황하셨어요?

hherald 2018.07.23 13:42 조회 수 : 288

 

나라의 경제, 정치, 사회적 지표를 조사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가려내는 '취약국가지수(원래 이름은 '실패국가지수'였다)'라는 것이 있는데 부동의 1위가 남수단, 2위는 소말리아, 3위가 예멘이다. 이쯤되면 말그대로 막장까지 간 나라들로 봐야 하는데 이런 나라일수록 정작 죽어나는 건 힘 없는 국민들이다. 남수단, 소말리아는 아프리카 국가인데 예멘은 중동 국가다. 그런데도 예멘은 국민의 38%가 절대빈곤 상태에 있는 아랍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라다. 지금 제주에 와 있는 예멘 난민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그 땅을 떠난 이들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멘 난민을 만났으니 2018년판 이양선의 출몰도 아니고, 당황스러운 거다. 

제주도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한 500여 명의 예멘인은 대부분 20대 30대 남자들이다. 그래서 전쟁 난민이 아니라 불법 취업 난민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얘기를 들어보면 온가족이 갈 돈이 없어 집안의 경제적 기둥인 이들이 먼저와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가족이 따라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이 제주도에 온 여정은 이렇다. 우선 수단이나 사우디 아라비아로 간다, 역시 같은 무슬림 국가라 비자없이 90일 체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간다, 말레이시아에서 무비자입국이 가능한 제주를 최종 목적지로 한다. 한 번 옮기는데 300달러씩 예멘에서 제주까지 900달러가 든다. 제주에서 한 달 일하면 금방 벌 수 있는 돈이라고 브로커가 말한다. 죽을지 몰라 살겠다고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회의하듯 계획이 있고 잘 짜여진 몇개국의 이동 루터가 있고 브로커도 있어 난민으로서의 순수함이 떨어지는 맛도 있다.
 
이들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영국 가디언 지의 표현처럼 <한국의 휴양섬(제주도)이 분열되고 있다>. 우선, 반대하는 측. 예멘 난민을 쫓아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70만명을 돌파했다. 예멘은 이슬람 국가라 이번 난민 전원이 무슬림이다.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인 유럽 국가에서 난민에 의한 범죄가 늘고 테러가 발생했듯이 이럴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을 들어 난민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것이다. 이번에 온 난민 대부분이 20대 30대 남자라 범죄 가능성, 특히 성범죄 우려가 있다, 무슬림은 여자를 천시하니까 더 그렇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난민으로 인정되면 지원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가 돌봐야할 저소득층이 많은데 난민까지 돌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럼, 찬성하는 측은? 당연히 인도주의적 입장이 우선이다. 예멘은 오랜 내전으로 국민의 삶이 피폐하고 더러 목숨이 위태롭다, 이들을 도와야 한다, 우리도 과거 난민의 지위로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남을 도울만한 위치가 됐으니 살겠다고 온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소중히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멘 난민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라고 외국 신문에도 나온다. 이 신문들의 논지는 이들을 받아들이기 싫은 입장에는 어쩌면 '인종주의적 편견'도 조금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인종, 종교, 문화가 다양해지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아직은 시기상조인지라 무슬림, 그들의 이슬람 근본주의가 마냥 싫은 이들에게는 반감이 그냥 이유가 된다고 해석한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피난민의 아들' 문재인 대통령이 예멘 난민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지난해 난민 신청에 받아들여진 숫자가 겨우 1.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유독 <한국도 과거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났던 적이 있다>는 말을 강조해 인용했다. 

 

예멘 난민이 지금 대한민국에게 당황스러운 건 맞다. 그래서인지 예루살렘에서 이집터로 떠난 예수의 가족도 한때 난민이었다는 말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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