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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트럼프는 영국이 불편하다

hherald 2018.07.16 15:19 조회 수 : 119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영국을 방문했다. 워낙 인기 있는 사람이었지만 대통령과 영부인을 보려고 공항에 몰린 영국인이 5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은 1977년 영국이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뉴캐슬(민박을 통해 서로 문화를 교류하는 카터 대통령 부인이 만든 기구의 회원 도시)을 방문해 시민 센터 앞에서 연설했는데 공항에도 길거리에도 시민 센터 앞에도 성조기와 유니언잭을 흔드는 군중이 가득했고 <두 손을 벌려 그를 환영>했다고 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여왕이 너무 좋아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하일랜드 별장인 발모럴 성에 묵은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1994년 포츠머스에서 왕실 요트인 브리태니커에 묵은 바 있다. 

 

그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영국에 가면 다른 전 미국 대통령들과 같이 영국인들로부터 극진한 환대는커녕 시위자들을 피해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영국인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자신은 런던이란 도시를 사랑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니까 안 간다고 했다. 그의 영국 방문 일정과 동선을 보면 런던을 가능하면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극히 짧게 머물고 자신의 골프장이 있는 스코틀랜드에 가서 한 라운딩하고 시위대를 피해 떠나는 여정이다. 런던이 싫은 이유 중 특히 '아기 트럼프 풍선'. 이를 꼬집어 "기저귀 찬 트럼프 풍선 때문에 런던 오기 싫었어"라고 했다. 

 

아기 트럼프 풍선은 알몸에 기저귀를 차고 화난 얼굴을 한 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묘사한 6m 크기의 풍선으로 트럼프의 영국 방문을 반대하는 이들이 돈을 모아 제작했다. 인형의 아기 트럼프는 철없이 어린이처럼 행동한다는 비난의 뜻이 담겼고 한 손에 든 스마트폰은 트윗으로 막말을 날리는 것을 비꼰 것이다. 체구에 비해 손이 작은 특징도 희화화했다. 

 

시위대는 이를 영국 의회 상공에 띄우는 시위를 계획했는데 트윗에서 여러 의제로 트럼프와 마찰을 빚은 바 있는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풍선을 의회 상공에 띄우는 시위를 허가했다. 트럼프는 영국의 반트럼프 정서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사디크 칸 시장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런던의 테러 방지를 위해 한 일이 없다고 깎아내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구원舊怨이 있다. 미국 대선 당시 <무슬림 입국을 막겠다>는 트럼프에게 무슬림인 칸 시장이 <무슬림에 대해 무지하다>고 하자 트럼프는 <아이큐(IQ) 테스트를 해보자>고 한 적도 있다.

 

트럼프는 이미 런던의 반트럼프 시위자가 껄끄러워 영국 방문을 취소한 바 있다. 지난 2월 예정된 주영 미 대사관 개관식을 한 달 남기고 안 가겠다고 했었다. 트럼프가 내세운 이유는 "런던에서 가장 좋은 곳(메이페어)에 있던 최고의 대사관을 싼값(땅콩값이라 했다)에 팔고 12억 달러 들여 새 대사관을 지은 것은 잘못했기에 (개관식에 가서) 리본을 잘라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 국무부는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런던 메이페어에 있는 대사관 건물을 매각한 대금으로 새 대사관의 부지 마련과 건축비를 마련해, 추가 세금 소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영국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시위가 두려워 런던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반트럼프 영국 시위대는 트럼프가 스코틀랜드 자신의 골프장에서 한 라운딩하는 동안에도 그 골프장에 아기 트럼프 풍선을 띄우겠다며 스코틀랜드까지 따라가 시위를 했다. 영국 정부는 시위를 최대한 막아 트럼프의 불편한 심기도 막으려 노력할 것이다. 물론 영국 정부의 그런 행동이 트럼프를 존중해서인지, 미국 대통령을 존중해서인지는 아리송하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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