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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새해는 코리안 유스퀘이크 youthquake

hherald 2017.12.18 19:56 조회 수 : 2858

 

출판사 중 그 나라를 대표하는 큰 규모의 출판사로 주로 사전을 만드는 곳은 해마다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영국은 옥스퍼드 사전이 대표적이다.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 데는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된다. 그해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거나 영향력이 큰 단어를 꼽는다. 해마다 선정된 단어들을 보면 언어도 시대의 산물이라 유행이 있고 대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옥스퍼드 사전은 지난해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 호소가 효과적인 환경을 의미하는 ‘탈 진실’ post-truth 을 선정됐다.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에서 많이 사용됐다. 옥스포드가 뽑은 올해의 단어는 유스퀘이크 youthquake. 

 

짐작하시겠지만 유스퀘이크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다. 젊은이들의 영향으로 문화.정치.사회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젊은이가 주도하는 세상의 변화? 젊음의 반란? 그 정도다. 물론 이 단어는 같은 영어권이라도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선정한 것이다. 영국 영어라고 봐야 할까. 지난 6월 영국의 총선에서 보수당이 참패하고 노동당이 두각을 냈는데 청년 표가 노동당의 진보 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과 함께 이를 유스퀘이크라 불렀다. 1997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역사상 최대의 승리를 거두고 43살의 젊은 총리 토니 블레어가 등장했을 때도 유스퀘이크라 했다.

 

 

유스퀘이크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영국은 비틀스, 미니스커트, 피임약, 비달 사순의 새로운 헤어스타일 등의 등장으로 독특한 청년문화가 발달한다. 이를 두고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유스퀘이크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정확히는 비틀스가 데뷔한 1963년이다. 당시는 히피, 반항, 반체제를 의미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그래도 1960년대 콰르릉하고 울린 유스퀘이크의 여진은 과거 하류문화로 치부되던 청년문화를 주류문화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유스퀘이크라는 단어에 이런 젊음의 활기찬 동력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에이지퀘이크 agequake라고 한다. 에이지퀘이크에 따른 유스퀘이크는 우울하다. 노령화 현상에 따라 국가 재정은 적자가 나고 이를 젊은 세대가 책임져야 하는데 젊은이는 일자리가 없어 소득도 없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젊은이가 노령화까지 책임진다는 건 재앙이다. 일이 없고 소득이 없는데 책임은 더 커진 젊은이의 재앙. 이또한 유스퀘이크라 한다. 청년 실업이 부정적 유스퀘이크를 낳는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 하는 청년 문제를 얘기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많은 부분이 어른 탓 아닌가. 한국이나 영국이나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이까.

그래서인지 지난주 세계한인무역협회 OKTA 런던지회 송년회에 많은 한인 젊은이가 모인 것을 봤는데 한결 다행이었다. 한인 청년들의 모습을 본 것이 반갑고 그렇게 많은 젊은이가 OKTA 런던지회에 있다는 것도, 한국정부 기관에서 그토록 관심을 가지고 협조한다는 사실에도 새삼 놀랐다. 한인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이런 통로를 걸으며 아이템과 경제적 지원을 얻고 정보를 나누고 경험을 쌓고 노하우를 배워 진정 그 사회의 주류로 올라서는 유스퀘이크를 기대한다. 

 

내년은 코리안 유스퀘이크!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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