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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망년회와 송년회

hherald 2017.11.27 17:50 조회 수 : 2992

 


12월, 송년회 시즌이 왔다. 12월 1일에 주영대사관 주최 송년회를 한다는 통보가 벌써 왔는데 아마 한인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도 곧 날을 정해 준비할 거로 보인다. 주로 주말에 송년회가 잡혀 12월의 주말은 모두가 이래저래 바쁘다.

예전에, 그리 멀지 않은 몇 해 전까지 영국 한인사회의 가장 큰 행사라면 광복절 전후에 맞춘 한인 축제와 연말에 여는 송년 잔치였다. 송년 잔치가 참으로 성대했다. 참가하는 한인도 많았고 즐길 프로그램도 다양했고 나눠주는 인심도 후했다. 다시 새로운 통합 한인회가 출범한 올해, 내년을 책임질 한인회 인사들이 준비하는 송년회는 말 그대로 하자면 망년회(忘年會)도 될 터이요, 송년회(送年會)도 될 참이다. 

 

송년회는 망년회라고도 하는데 찾아보면 이는 일본풍이라고 송년회란 말을 쓰길 권하고 있다. 망년회(忘年會)는 잊을 망(忘)을 쓰는데 올해 뭐 잘된 일이 없으니 아예 잊어버리자는 뜻이 있다고. 그런데 한술 더 떠 망년회를 망할 망(亡)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망년회를 하면 아예 마시고 잊어 버리자고 술만 줄창 마시는 모임이 되거나 망한 올해 술 마시고 빨리 보내자는 날이 된다나. 

 

원래는 섣달 그믐께 친지끼리 모여 흥청대는 일본 세시민속이 망년(忘年)이었다. 망년(忘年)이 나쁜 말이 아니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벗을 망년지교(忘年之交) 또는 망년지우(忘年之友)라고 한다. 일본의 세시풍속 망년이라는 말도 여기서 왔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사귈 수 있는 좋은 벗과의 망년회라면 당연히 좋지 않을까. 그런데 망년화라고 말하면 지난 일에 대한 반성 없이 그냥 막무가내로 잊어버리자는 의미만 있는 것으로 느껴지고 앞에 말했듯 일본 느낌도 있고 해서 우리식으로 송년회(送年會)라는 말을 쓰자고 한다. 송년회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과 이어져 좋은 취지로 사용이 권유된다. 하긴 요즘 대부분 송년회라는 말을 쓴다. 

 

다시 망년회 얘기. 마음 심(心/?)자에 망할 망(亡)자가 합쳐진 글자로는 잊을 망(忘)자와 바쁠 망(忙)자가 있다. 두 글자는 '마음(心)을 잊다(亡)'는 것과 '마음(?)을 잊어버릴(亡) 정도로 바쁘다'는 전혀 다른 뜻이 있다. 공사다망(公私多忙)해서 12월의 하루하루가 늘 망년회로 바쁘거나 12월이 와도 망년회를 할 시간도 없이 바쁜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유독 필요한 송년회는 있다. 물론 당사자의 결정에 달렸지만.

망년회와 송년회 말장난이 됐다. 그러나 결론은 내 가족과 친지, 혹은 좋은 벗, 좋은 이들과 12월의 어느 날 하루는 송년회를 하는 작은 여유 정도는 갖는 영국 생활이 되길 바란다는 것. 또 하나 이번 송년회를 통해 한인들도 한인사회도 재영한인회도 모두 제발 송구영신(送舊迎新)하길 바란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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