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는 새누리당을 만들어 조원진 의원을 후보로 냈다. 박사모가 주도해 만든 새누리당은 기존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자 그 이름을 갖고 새로 창당했다. 정광택 탄기국 회장과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이 대선후보로 거론됐다. 이때 조원진은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창당 축하 인사를 했다. 이어 그는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에 입당, 단독으로 입후보해 대통령 후보가 된다.
박사모 회원들은 <태극기 아이돌>인 <조원진은 한국의 케네디가 될 것>이라 했다. 워낙 인지도가 달려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원진의 캐릭터는 태극기 티셔츠를 입은 곰돌이였다. 로고송도 동요 '곰 세마리'. 어느 일베 이용자가 만든 거라는데 4절까지 있지만 1절이 워낙 절창(?)이라 소개한다. <곰 세 마리가 새누리에 있어 / 정희곰(박정희) / 근혜곰 / 원진곰 / 정희곰은 위대해 / 근혜곰은 깨끗해(청렴해) / 원진곰은 의리사나이(보수아이콘) / 기호6번 조원진 / 구해내자 박근혜>
박사모는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태극기로 맞불을 놓으며 하야 반대를 외치고 박사모 총동원령을 발동하면서도 한편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를 모색했다. 공식 누리집인 대한민국 박사모 카페에는 <사람은 신선해야 한다, 이 사람들이 신선하다>며 황교안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등 4명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했다.
그런데 박사모는 자유한국당이 생기자 이들과 등졌다. 독자적으로 대선을 대비했고 조원진 의원을 내세웠다. 조원진 후보의 로고송만 봐도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조 후보의 우국충정을 물씬 느낀다. 그의 자유한국당 탈당과 새누리당 대선 출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돌았는데 그 자신도 자유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자 <내가 후보로 나온 건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 후보 단일화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믿는 뒷배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 지지율도 확신했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 <낮은 득표율이 나오면 박 전 대통령에게도 누가 된다>고 걱정하자, 조원진 후보는 <최소 5% 이상은 나온다. 걱정하지 말라.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지지율 0.1%, 4만2,949표, 헉!
박사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일베에서 재검표 요구가 빗발칩니다>, <개표상황이 너무 이상해요>, <모두 기획된 것이다. 탄핵부터 지금까지 모두... 시나리오다> 등의 제목으로 어깃장을 놓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다 비난이 안으로 모였다. <일베에서도 조 후보 찍었다고 인증샷 막 올라오던데 표가 다 어디로 간거죠>, <새누리당 당원이 20만명이라며. 최소 20만은 나왔어야 할 거 아뇨. 다들 정말 투표했냐구요>, <방방곡곡 태극기 흔들던 애국자분들 이렇게 허망하게 새누리당 조원진을 버리셨나요>, <이곳에서 꽃단장하고 홍준표에게 가서 기생짓을 해>, <돈만 걷어가고 표 단속은 못하고 솔직히 선거결과에 집행부에도 많이 실망했다> 이렇게 결국 자중지란으로..
대선이 끝나고, 예견된 '충격'을 앓는 박사모와 새누리당 등이 대한문 앞에서 첫 친박단체 집회를 했다. 처음부터 막장. 한때의 동지들이 서로의 멱살을 잡는 것으로 시작한 태극기집회는 "개XX, 배신자 물러나라"는 욕설로 15분 만에 끝났다. 이 또한 예견된 것 아닐까.
얼마 전 있었던 <뉴욕 타임스> 기사를 옮긴다. <대한민국 박사모가 사이비 종교에 가까울 만큼 박근혜 대통령에게 열렬한 지지와 개인숭배를 하고 있고,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도 헌신하고 충성하는 사람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보수주의 세력이 분열되고 있다>고 했다. 남도 안다는 말이다.
헤럴드 김 종백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485 | 영국산産 곰돌이 푸의 집에서 하룻밤 | hherald | 2021.09.27 |
484 | 추석과 추수감사절 | hherald | 2021.09.20 |
483 | 영국 출신 두 한국독립유공자에 대한 단상 | hherald | 2021.09.13 |
482 | 금지된 손짓이 된 OK 사인 | hherald | 2021.09.06 |
481 | 유전자 편집해서 고쳐보면 삶이 풍요로워질까요 | hherald | 2021.08.23 |
480 | 63년 역사의 한인회비 | hherald | 2021.08.16 |
479 | 고양이 죽음 | hherald | 2021.08.09 |
478 | '김치'를 '신기'로 부르면 안 된다는 청와대 청원 | hherald | 2021.08.02 |
477 | 신임 김건 대사와 '수레의 두 바퀴' | hherald | 2021.07.19 |
476 | '동무' 대신 '자기야', '여보' 대신 '오빠' | hherald | 2021.07.12 |
475 | 코로나와 120년 전 영국의 '1인 공관' | hherald | 2021.07.05 |
474 | 코로나 속 런던한국학교 졸업식 | hherald | 2021.06.28 |
473 | 뉴몰든 코리아타운의 노노케어 2 | hherald | 2021.06.21 |
472 | 이젠, 빛을 보는 관광 觀光 다녀오겠습니다 | hherald | 2021.06.14 |
471 | 칼레의 시민과 재영 한인사회 | hherald | 2021.06.07 |
470 | 병아리 감별사 | hherald | 2021.05.24 |
469 | 화성 火星으로 간 중국의 우주굴기 | hherald | 2021.05.17 |
468 |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즈음, 황혼 이혼 | hherald | 2021.05.10 |
467 | 코로나와의 이별을 위한 노력 | hherald | 2021.05.03 |
466 | 영국의 백신 여권 | hherald | 202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