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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고 해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푸지게 욕먹는 김진태 의원이 "태극기가 있는 곳이면 지구 끝이라도 간다"며 참석한 프랑크푸르트 교민 탄핵 기각 태극기 집회가 얼마 전 있었다. 도대체 이런 집회가 왜 필요한지, 더구나 최순실과 정유라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호텔을 개업하고 몇십 개의 사업체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나온 독일에서 왜 열려야 했는지 참 안타깝다.

 

 

김진태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파독 광부, 간호사 등 근로자 여러분들이 진정한 애국자다.”라고 했다. 맞다. 그런데 "이역만리에서 고생해 이 나라를 잘 살게 해 주셨듯 이제 위기에 빠진 나라를 다시 한번 구해 달라"고 했다. 이날 이 모임의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대통령 탄핵을 성토했으니 나라를 구해 달라는 것이 박근혜와 최순실을 구해 달라는 말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가장 영향을 받을 교민사회라면 단연 독일일텐데 이곳에서 200여 명의 교민을 모아 탄핵반대 집회를 한 이들의 진정한 노림수는 무엇일까.

 

 

김진태 의원이 참석한 해외 집회에 등장한 피켓에는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이 답이다>와 같은 덜떨어진 주장이 적혀있다. 프랑크푸르트 집회는 독일 중부 지역에서 70인승 버스가 전세 됐다고 한다. 현지 동포신문 사이트에는 어느 한인 교회가 참가자 모집에 적극적이었다고 하고, 버스와 점심이 제공되니 소풍 겸 나선 이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물론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했을 제 발로 온 참가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수라고 이름 붙이기도 민망한 얼치기 보수의 모습을 한 참가자들 - 출신 부대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군복을 입은 아저씨들, 황교안과 반기문을 구분할 줄 몰라 지지하는 후보를 황교문이라고 답하는 - 을 불러 놓고 독일 교민 사회의 염원이라고 색칠하는 것은 누구의 기획물이었을까. 특히 최순실 게이트 해외 사업체 의혹의 중심에 있는 독일에서. 

 

 

이번 독일 집회에 나온 이들이 소위 ‘샤이 실버’의 모습일까.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노년층·보수층을 의미하는 ‘샤이 실버’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집회가 모처럼 마련돼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현지 동포신문에서는 이번 태극기 집회는 독일 내 동포 보수단체들이 합동으로 개최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와 비교해 지난해 11월 12일 독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독일동포 집회에는 베를린에서만 약 450명 등 총 참여 인원이 1,140여 명으로  독일 교민사회 역사상 최대 규모 집회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약 300명으로 이번 탄핵반대집회의 200명보다 많다. 탄핵 찬성과 반대, 두 집회를 보자. 자발적 참가자 1,140명, 버스까지 동원한 200명. 어느 쪽이 독일 교민사회의 진짜 얼굴일까.

 

 

박근혜와 최순실을 지키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으로 착각한 노인들을 보수의 얼굴인양 집회로 끌고 온 이들은 누구일까. 박근혜와 최순실을 지키려 태극기까지 들고나와야 한다고 그들을 선동한 이들은 진정 보수였을까. 유독 독일에서 이런 집회를 계획한 이유가 뭘까. 프랑크푸르트의 태극기 집회, 진정 보수의 얼굴이었을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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