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장을 지진다는 건 참 어려운가 보다.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손에 장 지지기로 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방송 카메라에 그의 호언장담이 생생히 담겨 전 국민에게 전달됐는데 말을 바꿨다.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장 지지기 내기하자던 시점은 탄핵안 제출 시기와 가결 여부를 알기 어려웠던 때라 그렇게 말을 질렀는데 이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으니 말을 바꾸는 것이 그나, 그들의 전력으로 보면 당연하다.
손에 장 지지겠다는 말은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틀림없거나 상대편이 무슨 일을 절대로 할 수 없다고 확신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정현은 <그 사람들이 그거(탄핵) 실천을 하면 제가 뜨거운 장에 손 집어넣을게요>라며 야당과 비박이 탄핵을 못 할 것이라고 확신을 했던 거다. 이정현은 박근혜 권력에 광합성을 한 인물이라 박근혜라는 권력이 무너지리라 생각한 적이 없을 것이다. 그 믿음이 잘못됐든 말든 이정현은 자기 나름 그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장 지진다는 건방진 내기를 한 것이다. 결코, 손에 장 지질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장 지진다는 내기를 할 수 있다. 이정현 대표에게 박근혜는 촛불 정도로는 끄떡 않는 철옹성으로 보였을 수 있다. 이정현처럼 특정 권력에 해바라기를 하면 시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르게 되나 보다. 그러니까 손에 장 지진다는 내기까지 제안하지.
이정현이 기자들과 장 지지기 내기를 할 때 마지막 말이 <실천도 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라고 야당 의원들을 비꼬았다. 부메랑이 될 말까지 한 것이다. 자기 수준의 동료 의원만 예상한 말인데 이를 움직일 수 있는 더 큰 힘인 촛불의 힘, 시민의 힘을 고려하지 못 한 단순한 사고로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말을 자주 바꾸면 그 사람의 인격을 의심하게 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뽑은 선출직 공직자다. 그 말은 수십만 명을 대표하는 말이니 천금처럼 중하다. 물론 대통령을 더하지. 자기 말을 부정하고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린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정현 대표도 느낀 바가 있을 텐데.
거두절미하고, 그러니 이제 장 지져라. 장 지진다고 했으니 장 지져라. <실천도하지 못할 얘기들을 그렇게 함부로 해요>라고 남을 비웃던 그 자신감으로 당신 말을 당신이 한번 실천해봐라. 숱한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점철된 과거에 대한 반성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스스로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주는 뜻으로 손에 장 지져라. 마침 이정현 의원의 순천 사무실 앞에 누군가가 보낸 장 단지가 놓여 있다고 하니 잘 됐다. 장 지져라.
세월호 부모의 눈물을 외면하고 손사래를 친 그 손에 장 지져라. 지역민과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박근혜와 최순실에게만 싹싹 비벼온 그 손에 장 지져라. 재벌과 밀착해 국민의 피땀으로 만든 열매를 나눠 먹는 검은 손익계산서를 만든 그 손에 장 지져라. 전 국민의 뜻과는 반대로 탄핵 부결을 예언했던 네 손이니 그 손에 장 지져라.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순간 <우리가 이겼다>라고 했다.
우리가 이겼다. 그래 이제 약속대로 손에 장 지져라.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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