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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이 와중에' 박정희 동상을?

hherald 2016.11.07 19:58 조회 수 : 1038

 

지난해 5월 '박노추'라는 단체가 출범한 바 있다. '박노추'란 '박근혜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추진본부'의 약자다. 말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하는 단체가 대구에서 출범한 것이다. 코미디가 아니다. 정호선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 나섰는데 이들은 박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의 구체적 이유로 통일 대박, DMZ 평화공원, 유라시아 철도연결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실현된 것은 없지만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출범 당시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 연설을 통해 인도적 문제 해결과 남북 공동번영, 동질성 회복을 역설했다며 노벨평화상 수상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 드레스덴 선언, 최순실이 먼저 보고 손을 봐 줬다고 다 들통났으니 노벨상은 물 건너갔다. 다시 말하지만 '박노추'는 코미디가 아니다. 차라리 대통령을 내려놓는 것이 더 평화스러워 차라리 평화상에 가깝게 가지 않을까 비아냥을 듣는 요즘이다.

 

박근혜의 지금 실정을 그나마 남아있는 박정희의 평가로 덮으려는 수작인지 소위 '이 와중에' 내년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며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 추진위 출범식을 열었다. 국민적 분노를 오히려 올리자는 것인지. 추진위 면면을 볼까. 위원장에 정홍원 전 국무총리, 고문은 이명박, 전두환, 노태우, 김종필. 부위원장에 유정복 인천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이낙연 전남지사 등이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에 기대고 있는 국민이 아직 있다고 오판한 것인지 이런 발상을 하다니.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분명히 했다. <이번에는 박정희가 박근혜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박정희 동상은 구미를 중심으로 경북 곳곳에 있다. 서울엔 없다. 1991년 구미초등학교에 세워진 뒤 한동안 설립이 없다가 2009년 포항시가 만들자 경쟁적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만들었다. 앞서니 뒤서니 경쟁적으로 만들다 보니 어떤 동상은 박정희 모습이 평양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과 비슷해 다시 시작한 곳도 있다.

물론 동상만 만들까. 낯 뜨거운 미화도 춤을 춘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탄신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으로 하늘이 내렸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마침 비가 그치자 <위에 계신 박정희 대통령이 멈추신 것>이라 했다. 박정희를 신의 영역으로 부활시킨 구미시장의 욕망은 무엇일까. 존 에버라도가 쓴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에 <김일성의 개인숭배는 스탈린식 개인숭배를 만들어내려는 소비에트의 시도와 공산주의 이전 조선 시대 통치자의 전통이 결합된 결과물로 이것이 반신반인 존재로 김일성을 격상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쯤 되면 김일성 우상화랑 뭐가 다를까.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박정희 대통령을 기리는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극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백번 양보해 박정희를 그들이 진정 존경한다고 믿어준다 하더라도 그들이 동상을 세우며 찬가를 부르는 내심은 죽은 박정희가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 박근혜를 향한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각, 이런 현실에 과연 박정희는 스스로 부활하고 싶을까. 죽은 그를 부르는 산자의 욕망이 그를 억지로 깨우는 것이 아닐까. 산자의 욕망을 위해 어울리지도 않는 반인반신의 탈까지 쓰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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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터진 정치적 하수의 발상은 박정희의 공으로 박근혜의 과를 덮어 보려는 것이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박근혜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박정희의 기억까지 집어삼키는 것이다. 산자의 욕망이 만든 허울뿐인 우상화의 안쪽은 늘 그렇게 텅 비어있다.

 

 

헤럴드 김 종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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