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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일본 국회의원들이 대지진에 따른 재정난을 감안해 자신들이 받는 세비를 30% 삭감하기로 했다고 한다. 집권 민주당이 제안해 야당과 공조할 방침인데,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이후 일본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급여를 조속하게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는 대재앙의 와중에 세비를 깎아서라도 고통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일본 국회의원의 결정은 우선 모양새가 좋게 보인다. 계획대로 세비를 6개월간 30% 삭감하면 270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올해 세비가 5.1% 인상됐다. 2011년 의원 세비는 1억 1,870만 원으로 지난해 1억 1,300만 원에서 570만 원 올랐다. 물론 국회의원끼리 모여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세비를 올리기로 합의한 때가 지난해 11월인데 연평도 사태로 나라가 온통 전쟁 위기설에 휩싸였을 때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한반도 전쟁위기 국면을 세비 인상의 호기로 삼는 기상천외의 국회의원들이다. 반드시 세비를 올려야 할 시기였다고 해도 국민은 전쟁이냐 평화냐 하며 위태롭게 서해를 지켜보고 있을 때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봉급을 올리는 논의를 하고 있었다니 이럴 경우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하나, 유행어처럼 참 뭐라고 딱히 표현할 말이 없다.

 

 

당시 세비 인상은 한나라당 소속 박희태 국회의장이 <IMF 외환위기 당시 의원들의 세비를 깎은 뒤 그동안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고 13년간 동결된 국회의원 세비를 올려야 한다>는 말로 먼저 암시를 했다. 그런데 13년간 세비가 동결됐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1998년 IMF 당시 6,820만 원, 2000년 7,510만 원, 2007년에 1억 670만 원, 2008년 1억 1,300만 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아니, IMF 당시보다 두 배나 올랐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1,870만 원. 게다가 사무실 운영비, 차량유지비 등 의원실에 지급되는 경비는 연간 약 9,000만 원. 따라서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국가로부터 연 2억의 돈을 받는 셈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세비 인상을 얘기했겠지만 그 얘기가 나올 당시 2010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이 125만 3천 원이고, 2010년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130만 원 정도였는데, 국회의원은 2억 원을 받았다. 그것도 일 년에 100일도 일하지 않으면서.

 

 

일본 국회의원의 세비 삭감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도 제발 세비 인상을 할 때와 안 할 때를 아는 눈치코치라도 좀 키웠으면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이지 국민과 고통을 나누는 정치인이 그립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언감생심이 된 꿈이지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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