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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2016년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표결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이주민이 현지인의 일자리를 뺏고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래서 국경을 꼭꼭 잠그고 이주, 불법입국, 난민을 줄이거나 막겠다는 거였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당시 당수)는 "유럽에서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은 범죄자의 자유로운 이동,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러시아 AK 소총)의 자유로운 이동, 테러리스트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며 유럽연합을 탈퇴해 동유럽 출신 노동자를 몰아내자고 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떠난 일자리를 차지해 생활이 나아졌던가. 영국인들이 꾸는 브렉시트의 꿈은 여전히 유효한가. 아니다. 코로나 팬더믹 때 경험했듯이 동유럽 노동자들의 발을 묶으니, 슈퍼마켓이 비고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드러난 것은 <외국인 노동자 탓에 영국이 불안했던 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덕에 영국이 그나마 굴러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이주연구소 창립 멤버, 소장을 지낸 헤인 데 하스 암스테르담대 사회지리학 교수는 30여 년간 전 세계를 다니며 이주‧사회통합 문제를 연구했는데 이번에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썼다. 원제 How Migration Really Works. 이 책은 외국인 노동자, 난민,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한 팩트 체크다.

 

책에 따르면 주로 극우파가 주장하듯 이 세상은 지금 이민과 난민으로 가득 찬 세상이 아니다. 연도별로 전 세계 국제 이주자 수는 많아졌지만, 세계 인구 대비 비율로 따지면 대략 3% 수준을 유지해 왔다. 국제 이주자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인구가 많아진 거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단 하나. 그때는 유럽이 출발지였고 지금은 목적지다. 내가 나가면 세계 문명화이고 너희가 오는 건 범죄와 실업이라는 건 그저 유럽 중심주의의 편견일 뿐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 지역 연구 결과, 이주가 범죄율을 줄인다고 주장한다. 이주민은 영주권, 시민권을 취득하고 정착하길 원해 범죄에 가담하는 비율이 낮다. 이주민들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이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고 현지인 노동자와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못 먹고 못 살아 어쩔 수 없이 이동하는 수동적인 이주자가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지 탐색 끝에 상대국을 고르는, 능동적 이주자' 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는 반복해 강조한다. <외국인 노동자, 불법 체류자는 어려운 환경을 피해 월급, 세금, 복지제도 덕이나 보려고 건너온 사람이란 인상이 짙은데, 실제 그들 대부분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의도적,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일종의 벤처 사업가다. 그렇기에 이들은 성실하고 사회적 통합을 간절히 바란다. 그들 때문에 범죄, 실업이 늘고 문화적 정체성이 약화된다는 건 사실과 정반대다.>
어찌 보면 우리도 이곳에서는 한 편의 외국인 노동자, 우리가 가질 '외국인 노동자의 주체성'을 이야기하니 귀 기울여 들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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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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