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한국인, 일본인 각각 약 천 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었다. 일본인은 30%가 반대했다. 찬성은 60%. 찬성이 배로 많았다. 한국인은 84%가 반대했다. 찬성은 12%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린 바로 그날,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결정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입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온세상에 알린 뼈아픈 상흔이다. 따라서 이를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일본 정부만큼 바라고 기다린 단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지난번 사무총장이 일본인인데 무려 10년을 역임했다.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에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돈을 댄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의 입장은 그렇다 치고 미국 정부가 즉각 지지 성명을 낸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미국 정치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처음으로 국가적 과제로 다루었던 오바마 행정부 시기 부대통령으로서의 오랜 경험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보다도 훨씬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기조들을 공식화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응하며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힘을 실어준 것은 역시 중국을 견제하려는 외교적 차원의 협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뉴욕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뉴욕주 의회와 주지사는 원전 냉각수를 뉴욕의 허드슨강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앞장서서 막았다. 뉴욕에 있던 원전을 폐쇄하던 기업이 폐연료봉을 식히면서 발생한 냉각수를 강에 방류하겠다고 했는데 뉴욕주의 여야가 한목소리로 이를 반대하는 법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냉각수는 오염수와 다르다. 위험성이 비교도 되지 않는다. 원전 핵연료와 직접 닿지 않은 '냉각수'도 못 버리게 하면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와 지하수·빗물·바닷물이 뒤섞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를 허용하는 미국의 잣대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렇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막힘 없이 잘 방류돠고 있다. 일본이 방류한 오염수가 환경과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으로선 정확히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하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비과학적' 국민으로 몰아붙이는 우리 정부도 크게 기여했다.
국민 84%가 반대해도, 이 시간에도 후쿠시마 오염수는 잘 방류되고 있다. 이런 말도 '방사능 괴담'이 되나?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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