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뉴몰든의 테스코 매장에서 한국식품 직판전이 열렸다. 100여 종의 한국식품을 전시 판매하고 비빔밥, 음료수 등 시식 행사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봤는데 코리아푸드와 H마트가 참여해 과자, 라면, 간장, 고추장 같은 조미료 등을 중심으로 상품을 열심히 전시했다. 매장 내 좋은 위치에 스포트라이터를 받듯이 한국 상품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테스코의 책임자인듯한 사람이 오더니 전시된 상품을 보고는 '한국식품 특별 전시회인데 왜 김치가 없느냐?'고 물었다. 한인타운에 있는 매장 책임자여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김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한국업체에서 부랴부랴 김치를 가져와 전시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테스코 매장의 책임자가 김치를 알고 있다는 자체가 별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뉴몰든은 영국의 한인타운이 있고 이곳에서 김치를 알린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김치 알리기의 공로로는 한인사회에서 요식업협회와 한국문예원을 빼놓을 수 없다. 김치는 초기 한인들의 영국 삶에서부터 있었지만 우리 음식문화 알리기에 앞장선 이들 단체의 노력으로 현지인과 지역민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2001년에 결성된 재영요식업협회는 해마다 뉴몰든에서 한인음식축제를 열었는데 서병일 회장의 1회 행사 때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킹스턴에 청소년 기금으로 기부해 '김치'에 선한 이미지를 얹었다. 2008년 정덕환 회장 때부터는 행사에서 김치만들기 시연을 해 영국인의 김장 체험을 시작했다. 이런 체험은 계속 이어져 지난해 임형수 한국문예원 원장이 킹스톤에서 개최한 김장 축제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현지 인파가 몰려 함께 김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치로 얻은 수익금은 반드시 기부금으로 지역사회에 전달됐다. 영국 코리아타운의 김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건강한 음식'이면서 지역사회 병원이나 청소년을 지원하는 든든한 '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뉴몰든이 있는 킹스톤 시에서 유럽 최초로 '김치의 날'을 선포해 해마다 한국 음식문화 체험과 행사를 개최한다. 킹스톤 시가 지역 내 하나의 소수민족에 불과한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게 된 것은 한인들이 지역사회에 그만큼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김치의 날은 11월 22일이다. 김치를 담글 때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11)가 모여 항암효과 등 22가지 효능을 낸다고 이날로 정했다. 또 양력 11월 22일은 절기로 소설(小雪)인데 이 시기가 딱 김장철이기도 하다. 특정 음식이 기념일의 주인이 되는 것은 드문 일로 2020년 한국에서 처음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는데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김치의 날을 제정·선포하고 있다.
올해 영국의 '2023 코리아 김치 페스티발'은 11월 18일 킹스턴대학에서 열린다. 이를 주최한 재영외식업협회(과거 요식업협회)는 다시 팔을 걷었다. 믿고 보는 선수들이라 걱정이 없다. 마침 한영수교 140년이라 기대가 더 크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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