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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노욕 老慾

hherald 2024.03.11 18:00 조회 수 : 1166

제론토크라시 gerontocracy란 나이가 많은 이들이 이끄는 정치체계를 말한다. 미국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모두 나이가 많아 최근 미국에서 이 말이 자주 나온다. 물론 나이 든 이들의 연륜과 관록에서 나오는 지혜와 문제 해결력을 무시할 순 없다.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이들이 어떤 사회나 집단에서 자리와 명예에 집착하다 추락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과연 그들이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집단 안의 자기 위치로 인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노욕 老慾 인지...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한자로 '욕 慾'자는 谷, 缺, 心을 합쳐서 만들었다. 谷은 골짜기, 缺은 '도자기가 깨지다'라는 뜻이었는데 나중에 '모자라다', '불완전하다' 같은 의미가 됐다. 心은 마음이다. 따라서 풀이하면 '골짜기에는 들어가지 않고 오직 산봉우리에만 있겠다'는 마음이다. 고난이나 어려움 없이 정상에 앉아 대접만 받겠다는 욕심이다. 그래서 나이 들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노욕이라고들 한다.
노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사회, 조직, 집단에 노욕이 활개 치면 일단 소통이 되지 않는다. 소통이 없으니, 발전이 없다. 당사자는 노욕을 인정하지 않으니, 문제의 뿌리만 깊어진다. 자신의 명예가 사라지는 과정 조차 혼자 누리며 즐기고 있다.

 

먼 데 있지 않다. 자랑스러운 부모였고,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였으며, 더 나아가 존경받고 남이 우러르는 원로가 될 수 있었던 이들이 노욕으로 몰락한 사례를 우리 영국의 한인사회에서도 봐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욕심은 정년이 없다고 했던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욕심이 느는 이들을 우리는 멀리하고 경계한다. 
우리가 노욕을 폄훼하는 것은 노욕을 부리는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큰 이유다. 영국 한인사회에도 멋진 어른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인물이 사회 화합과 발전을 막고 협잡꾼과 손잡고 거짓 논리로 억지를 부리는 문제 노인으로 전락할 때 우리는 극도의 실망감에 빠지게 된다. 반칙을 해서라도 기어코 욕심을 채우겠다는 노욕을 존경할 후배나 아들딸, 손자 손녀는 없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며 철학자인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누구나 내 욕망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내 욕망의 결과도 내가 책임져야 한다. 젊은이의 노력을 짓누르는 노욕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보는 눈도 있어야 한다. 
소외되고 외로운 것도 노욕 때문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아름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어른들은 소외되거나 외롭지 않다. 

 

이번에 한인사회 원로들이 한인회 분규를 봉합하려 나선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욕심보다 혜안을 가진 어른이 돼주시길 당부한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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