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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

hherald 2023.01.23 17:09 조회 수 : 4732

캐나다 보건부 소속의 약물사용·중독센터(CCSA)에서 이번에 적정 음주량을 권고했는데 5도짜리 맥주 355mL 한 잔이라고 한다. 그것도 일주일에 두 잔을 넘으면 안 된다고 했다. 12도짜리 와인도 148mL 한 잔, 40도짜리 독주도 딱 한 잔, 역시 일주일에 두 잔을 넘지 말라고... 뭐 이런 혹독한 권고가 있냐며 애주가들의 반응이 무척 회의적인데 전문가들조차 CCSA의 권고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캐나다 보건부의 권고는 지금까지 통용된 통상적인 적정 음주의 기준보다 한참 줄었다. 통상 알코올 측정 표준 개념은 미국 알코올 남용 및 알코올 중독 연구소(NIAAA)의 기준을 많이 사용한다. 적정 음주량이 몇 잔 이하라고 할 때 '술 1잔'의 표준 개념은 NIAAA가 제정한 알코올 14g을 말한다. 알코올 양은 ‘술의 양(mL)×알코올 도수(%)×0.8(알코올 비중)’로 구하는데, 20도짜리 소주 한 잔(50mL)에 포함된 순수 알코올 양은 8g(50×0.2×0.8)이다. 소주 2잔이면 16g, 표준 '술 1잔' 14g을 넘어선다. 

 

그래서 쉽게 말하자면 표준 '술 1잔'은 위스키 45㎖, 포도주 150㎖, 맥주 360㎖, 막걸리 300㎖, 20도 소주 90㎖에 해당한다. NIAAA는 65세 이하 건강한 남성은 주당 최대 14잔, 하루 최대 4잔을 제시한다. 하루 최대 4잔이라는 말은 20도 소주 1병 정도다. 여성과 노인은 더 양이 적다. 65세 이상 건강한 여성 및 남성의 경우 주당 최대 7잔 이하, 하루 최대 3잔 이하로 제시했다. 

 

애주가들은 놀라겠지만, 이 기준도 술 마시는 양이 많다고 한국형 적정 음주 가이드라인이 몇 해 전 따로 만들어졌다. 한국인의 체형(아무래도 서양인보다 덩치가 작다), 알코올 분해 효소량(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술 분해 효소가 적다)에 맞춰 새롭게 제정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적합한 음주 수준은 65세 미만 남성은 주당 8잔 이하, 여성은 주당 4잔 이하, 65세 이상 남성은 주당 4잔 이하, 여성은 주당 2잔 이하로 설정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를 적게 갖고 있고, 체내 수분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같은 양을 마시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여성은 반 정도만 마시라고 권유하고 있다. 특히 술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가 있는 사람은 이 기준에서 또 반만큼 적게 마셔야 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유해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2020년 기준으로 10억 3천만 명의 남성과 3억 1,200만 명의 여성이 유해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다고 한다. 높은 비율이 유럽과 오세아니아의 젊은 남성이라고 한다. 영국에 사는 우리 젊은이들도 이 통계에 포함됐을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제시하는 적정 음주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주량 아닐까. 주량은 '나 아직 안 취했어!' 하는 객기가 아니라 '마시고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술'을 말한다. 내 주량을 알고 타인의 주량을 존중하는 책임 있는 음주, 그게 최선 아닐까.

 

"술을 마신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유를 마신다고 해서 더 나아지는 것도 없다." 스코틀랜드 격언이다. 과음하지 않는다면 기분 살리고 스트레스 날리려 가볍게 마시는 술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애주가로서 편을 들어 한 번 해보는 말이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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