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햄버거보다 장난감에 더 관심이 있는 어린이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따라 나오는 '해피밀'을 주문한다. 버거킹에 가면 '키즈밀'. 패스트푸드가 원래 건강과는 거리가 멀지만 패스트푸드 어린이 세트 역시 열량은 높고 영양가는 낮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 문턱을 들어서는 순간 부모는 칼로리와 영양가에 대한 고민이 체념처럼 사라진다. 덤으로 끼워주는 장난감에 더 눈독을 들인 아이들은 당연히 공짜로 받는 장난감 선물이 있는 어린이 세트를 주문한다. 이 플라스틱 장난감은 몇 분을 갖고 놀다가 버리기 일쑤지만 피규어 수집을 하듯 이를 모으는 아이들, 혹은 어른들도 있다. 한국에서는 한때 맥도날드에서 해피밀에 슈퍼마리오 장난감을 주자 아침 일찍 문을 열자마자 해피밀 100개를 한 번에 주문하는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패스트푸드점에서 플라스틱 장난감이 사라질 조짐이다. 당장 영국의 버거킹에서는 키즈밀에 끼워주던 플라스틱 장난감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매장에 수거함을 두고 이전에 준 플라스틱 장난감도 반납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회수된 플라스틱을 녹여 어린이 놀이터 등을 만든다고 한다. 버거킹이 이러자 맥도날드도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섰다. 플라스틱 장난감을 주되 원하지 않으면 과일봉지와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나중에는 책과 교환하는 것도 준비한다고.
버거킹, 맥도날드 같은 공룡 기업을 움직이게 한 주인공은 영국 사우샘프턴에 사는 9살, 7살 자매다. 엘라 매큐언, 케이틀린 매큐언 자매는 세계적 청원 사이트 체인지 Change.org에 <패스트푸드 어린이 세트에 플라스틱 장난감을 끼워주지 말라>고 청원했고 50만 명이 동참했다. 버거킹이 먼저 플라스틱 장난감을 없애겠다고 하자 이 운동을 유발한 어린 자매의 깜찍한 얼굴이 며칠 동안 언론에 자주 나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플라스틱 장난감을 주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은 이전에도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10년 어린이 세트에 장난감 끼워팔기를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바 있다. 600kcal가 넘으면 끼워팔기를 금지하는 조례인데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맥도날드를 겨냥한 것이다. 장난감이 있어야 어린이에게 햄버거를 팔기 쉬웠던 맥도날드는 즉각 반발했다. 끼워파는 것이 아니라 10센트 받고 판다고 했다. 어린이 고객을 유혹하는 플라스틱 장난감을 이토록 버리지 못했던 패스트푸드 업체가 이번에 이렇게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어린 자매의 청원으로 시작된 나비 짓에 50만 명이나 동참하는 큰 움직임이 있자 공룡 같은 기업이라도 움찔하긴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이 과연 플라스틱 장난감 대신 얼마나 긍정적인 보상을 끼워줄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여담으로 적는다. 장난감이 든 패스트푸드가 처음 개발된 것은 어린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린이를 둔 엄마를 위해서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햄버거 하나 먹으러 갔는데 애들이 워낙 설쳐대니 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다. 그래서 새 장난감 하나를 아이에게 주니 갖고 논다고 조용하다. 그동안 엄마는 여유 있게 햄버거를 즐긴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장난감 때문에 아이가 햄버거를 주문하는 거로 역전됐다.
원래 쓰레기는 종류가 아니라 양이 문제다. 플라스틱이 나쁜 게 아니라 과하게 쓴다는 것이 나쁜 거다. 어쨌든 햄버거에 딸린 장난감도 옛이야기가 되는 시대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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