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되는데 허위 댓글부대가 동원됐다는 소식이 가디언에서 나왔다. 댓글로 사이버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집단이 댓글부대인데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영국에서 이용했다는 소식은 존슨이 처음인듯. 당연히 존슨 측은 그런 일 없다고 반발했다.
존슨이 허위 댓글부대를 통해 주로 시도한 부분이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영국에 득이 된다'는 것을 주입시키고자 했다고 가디언이 폭로했다. 이 댓글부대는 '가디언이 가짜뉴스를 매우 많이 만들어낸다'라는 허위 댓글도 많이 달았다.
일본 아베 총리도 이번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과정에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했는데 댓글부대를 가동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제외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4만 건 정도가 받았는데 그중에 3만 건 정도가 찬성했다고. 일본 학자에 따르면 아베 정권의 응원 부대처럼 움직이는 열성파가 4만 명 정도인데 여론조사에 참여하라고 조직적으로 움직여 이들 열성파, 응원부대를 통해 여론을 조작해낸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실 일본의 신문에 따라 찬성률이 크게 달라진다. 극우지 산케이는 70%라는데 45%까지 낮아지는 곳도 있다.
댓글부대가 동원된 왜곡된 여론이라는 의심의 근거로 일본의 젊은 층은 이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거다. 한국이 선진국인데 왜 일본 제품을 아직도 사용해, 하는 식이라고 한다. 그러니 70%라는 수치는 댓글부대를 가동해야 나올 수치라는 거다.
장강명의 ‘댓글부대'라는 소설이 있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와 같은 섬뜩한 언어로 무장한 댓글부대 군상의 행태를 그렸다.
엉터리 댓글 달기로 먹고사는 인간들이 실제 어느 기업에서 있었던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의 인권을 다룬 영화를 망하게 해달라는 의뢰를 어느 조직으로부터 받는다. 이 인간들은 ‘진실의 관점 전환하기’ 작전을 쓴다. 영화감독이 꿈인 한 스태프를 가상으로 만들어 열심히 영화작업에 참여했지만 임금을 못 받아 생활비도 없다, 인권 영화인데 정작 영화인들의 인권은 보장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그렇게 거짓으로 사실을 무너뜨린다.
보리스 존슨이나 아베나 그가 이용한 댓글부대가 과연 자발적으로 결성되고 참여했을지도 의문이지만 이런 댓글부대를 이용해 추구하려는 목적이 무엇일지는 너무 명백해 그 또한 섬뜩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 이들의 조작된 정보를 고스란히 걸러내고 필요한 것만 수용할 자신과 능력이 솔직히 없기 때문이다.
그리 본다면 오늘도 우리는 사실이 아닌 댓글에 얼마나 휘둘리고 있을까. 아니, 댓글부대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해야 옳은 것일까. 우린 댓글부대가 막무가내로 뿌리는 선동의 언어, 사회에 분노를 심고 진실의 관점을 전환하는 것에 휘둘리면서도 지금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못 느끼는 것 아닐까. 깨어 있는 시민 의식은 말처럼 쉽지 않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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