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이번에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참담하게 패한 여당의 태도를 국민들이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 표현한다고 썼다. 여당 후보들이 참패한 원인의 키워드가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 신조어를 'If they do it, it’s a romance; if others do it, they call it an extramarital affair'으로 해석까지 붙였다.
내로남불은 이번 선거에서 많이 오르내린 말이다. 야당이 이번 선거에 앞서 투표 독려 문구로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를 사용 가능한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본 바 있다. 선관위는 <내로남불이 상대 정당(민주당)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고 있고, 그에 따라 국민들도 어느 정당을 지칭하는지 인식이 가능한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된다>고 했다. 그러자 야당에서 선관위의 판단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는데 더 웃긴 것은 '내로남불이 민주당을 연상시키냐'는 질문에 선관위 사무총장 Naeronambul
뉴욕타임스(NYT)가 이번에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참담하게 패한 여당의 태도를 국민들이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 표현한다고 썼다. 여당 후보들이 참패한 원인의 키워드가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 신조어를 'If they do it, it’s a romance; if others do it, they call it an extramarital affair'으로 해석까지 붙였다.
내가 군대에 가기 전이니까 1980년대 초반, 그때 벌써 대학 캠퍼스에는 '로맨스와 스캔달이 다른 점은?'이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귀하가 생각하는 그 답이 맞는다. 내가 하는 연애가 로맨스요, 네가 하는 연애는 스캔달이다. 그러니까 내 기억에도 내로남불이라는 축약어 표현은 아니었지만 유사한 말이 이미 40년 전에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아시타비, 我是他非'였다. 내로남불의 한자어 버전이다.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
내로남불이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목소리 좀 낸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으로 적용되는 적폐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이번에 남의 나라 언론에까지 오른 Naeronambul은 오로지 지금 여당을 향한 것이다. 좀 무능해도 더 도덕적이라는 믿음,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이 비난했던 상대처럼 도덕마저 무너져 있다는 배신감.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여당에 등을 돌린 이유다. 공공연하게 제것 챙기는 이들보다 더 미운 건 자기도 그렇게 하면서 아닌 척했던 위선자 아닐까. 차라리 그렇다고 하지나 말지.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런데 모두가 이번 내로남불을 비웃는 가운데 함께 웃지 못할 위치에 이들조차 덩달아 웃는 것을 보니 '자기는 뭐 묻었는데 남 뭐 묻은 거 나무란다'는 속담을 보는 것 같다. 말 바로 하자면,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남이 못나서 어부지리로 됐는데 제 잘난 줄 아는 이들. 그들은 내로남불이라고 웃으면 안된다. 불륜의 로맨스에 관해서는 전과가 벌써 여럿 있는 이들이 어디 함부로 국민이랑 같이 서서 내로남불 타령하며 웃고 있으려 하다니.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권자는 (지금 한국 정치 지형이) 두 개의 나쁜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고 썼다. 내로남불은 그들 모두의 이야기다.
지금 우리는 모두 내로남불의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한다. 매일 매사에 내로남불을 하다 보니 그것이 내로남불인지도 모르는 딜레마. 남에게 혹독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이를 비꼬는 해학에서 나온 Naeronambul이 남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그래. 혹시 나도?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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