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다운 혹은 락다운 Lock down. 코로나 19 사태 전에 이 단어를 아는 이들은 재난, 재해에 대비해 식수, 식량을 마련하고 방호 장비를 준비해 살아갈 방법을 연구하는 '생존주의'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아는 정도의 생소한 단어였다. 혹은 외출, 외박이 금지된 미군이나 카투사들이 사용하는 언어? 그 정도였는데 지금 이 단어를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도시 봉쇄, 아니 그것보다 더한 개인을 옥죄는 국가의 통제 같은 것?
모든 개인이 집에만 있으면 감염이 퍼질 리 없겠지만 이에 따른 희생이 큰 것을 누구나 안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교육 공백이 생기고 집에 있는 아이를 돌봐야 하므로 부모는 직장에 가지 못한다. 나가서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없는 근로자는 생계가 막막하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락다운을 하면 감염 확산을 막겠지만 그게 이론일뿐인지 제대로 정의하기 어렵다. 유럽에서도 락다운을 일찍 시행한 나라와 늦게 한 나라를 비교해보니 락다운에 따른 효과라고 명확히 규정할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락다운은 마냥 지속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여유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만 할 수 있는 정책이다. 높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방 선진국도 단번에 시행 못 하고 여러 차례 만지작거리다가 최악의 순간에 과감한 결정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락다운을 시행하는 정부를 믿고 따라주는 시민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면 특히 법을 집행하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면 락다운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옥쇄가 된다.
락다운 보다 더 무서운 옥쇄, 바로 락다운을 과하게 지키려는 집행자들의 과도한 행정력이다. 아니 행정력이라기보다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통행 금지 락다운이 있다고 치자. 경찰이 판단하는 집 밖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는 매우 적고 일반 시민이 판단하는 집 밖으로 나가야 할 이유는 매우 많다. 시민이 집 밖으로 나오는 족족 과도한 진압을 하는 경찰은 감염 확산을 막는 일등공신일까, 질병보다 더 무서운 폭력 바이러스일까. 억지로 만들어낸 괜한 헛소리가 아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코로나 19로 통행 금지가 시행됐는데 경찰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지 코로나 19로 11명이 사망할 동안 경찰의 통행 금지 위반 과잉진압으로 18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비명이 나온다.
또 락다운이 온다. 국가 정책을 이래라저래라 마냥 비난할 수 없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해야겠지. 그렇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정책을 재탕 삼 탕 하는데 이를 마냥 따라야 하는 것도 락다운만큼 답답하고 불편한 일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502 | 재영한인과 3·1절 기념식 | hherald | 2022.03.07 |
501 | 이번 전쟁을 대하는 유럽의 깊은(?) 뜻은? | hherald | 2022.02.28 |
500 | 사탕 폭격기 Candy Bomber | hherald | 2022.02.21 |
499 | 마이클 잭슨 닮은 여인 | hherald | 2022.02.14 |
498 | '빨강'에 대하여 | hherald | 2022.02.07 |
497 | 마기꾼 Magikkun 과 마스크피싱 Maskfishing | hherald | 2022.01.24 |
496 | 한인의 날 Korean Day | hherald | 2022.01.17 |
495 | 단군신화, 구약성경 그리고 자가격리 | hherald | 2022.01.10 |
494 | 2022년 임인년 壬寅年. 새해 단상 | hherald | 2021.12.20 |
493 | 묘서동처 猫鼠同處 - 스스로 된 도둑 | hherald | 2021.12.13 |
492 |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라고 부르지 말라? | hherald | 2021.12.06 |
491 | 2022년은 플래티넘 주빌리, 희년 禧年이다 | hherald | 2021.11.22 |
490 | 주영대사관 올해도 어김없이 '보이스 피싱 주의보' | hherald | 2021.11.15 |
489 | 런던에 등장한 유척(鍮尺) | hherald | 2021.11.08 |
488 | '라떼는 말이야~' '오겜' '스니커즈' | hherald | 2021.10.26 |
487 | 도대체 한인회비는 어디로 갔을까 | hherald | 2021.10.19 |
486 | 1910년 런던, 일영박람회의 한국전시관 | hherald | 2021.10.04 |
485 | 영국산産 곰돌이 푸의 집에서 하룻밤 | hherald | 2021.09.27 |
484 | 추석과 추수감사절 | hherald | 2021.09.20 |
483 | 영국 출신 두 한국독립유공자에 대한 단상 | hherald | 2021.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