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시위가 런던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열렸는데 브리스톨에서는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이 17세기 노예무역상의 동상을 끌어내려 강에 던져버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럽 각국에서는 노예제도나 인종주의, 아프리카 흑인과 관련된 흑역사를 가진 인물의 동상이 시위대의 표적이 될까 전전긍긍한다.
시위대에 의해 끌어내려져 브리스톨 항구의 에이본 강에 던져진 동상의 주인공은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이 서 있던 거리의 이름이 콜스턴가街. 노예무역으로 큰돈을 벌어 브리스톨 발전을 위한 많은 기부를 했다. 브리스톨 시에는 이를 기념해 그의 이름을 딴 많은 것이 남아 있다. 콜스턴 Avenue, 콜스턴 Street, 콜스턴 Tower, 콜스턴 Hall. 심지어 브리스톨에서 유명한 빵도 콜스턴 번 Colston bun. 일부 학교와 자선단체에서는 11월 13일을 콜스턴 데이 Colston Day로 정해 그를 위해 교회에서 예배를 한다.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브리스톨과 뗄 수 없는 인물(동상에도 '브리스톨의 자랑스런 아들'이라고 적혀 있다)인데도 그의 동상은 브리스톨 항구에 던져졌다. 지금은 브리스톨 시에서 건져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에드워드 콜스턴은 17세기 인물이다. 브리스톨의 자선사업가였지만 브리스틀의 '로열 아프리칸 컴퍼니'라는 노예무역회사의 임원이었다. 그가 근무했던 1680년부터 1692년까지 8만4천 명의 서아프리카 남성, 여성, 어린이를 잡아 아메리카에 팔았다. 6주에서 8주 정도 걸리는 긴 항해, 열악한 시설에 짐승처럼 뉘어져 가는 동안 병과 폭행과 자살로 20%까지 죽었다. 그가 노예를 수출해 돈을 버는 동안 1만9천 명이 항해 중 사망했다. 콜스턴의 기부에 감사하며 브리스톨의 건물과 자선기관, 도로와 교회, 학교와 술집에 그를 기리며 이름을 붙였지만, 그 바탕에는 무고한 이들의 고통과 희생이 깔려 있었다. 에드워드 콜스턴의 기부로 살찐 브리스톨 시의 풍요는 아프리카 흑인 노예의 눈물을 먹고 키운 풍요였다.
콜스턴의 동상이 낭패를 본 것을 계기로 런던 웨스트민스트 앞에 있는 윈스턴 처칠 동상에도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가 새겨질 정도니 제국주의, 노예제도와 관련 있는 인물의 동상이 세워진 도시는 동상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골치 아픈 임무를 떠안게 됐다. 옥스퍼드. 에든버러 등에는 이란 인물들의 동상이 있다. 유럽의 도시인 밀라노, 브뤼셀, 파리까지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처칠 동상은 파손될까 아예 보호막을 쳐서 가렸다.
이 고민은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런던의 사디크 칸 시장이 말했다. 영국이라는 국가와 여러 도시가 과거에 노예무역을 통해 부를 쌓았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고 .
흑역사를 쉬쉬하는 현실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불편한 진실은 특정한 것의 명예나 신뢰와 관련되어 있다. 브로스톨의 콜스턴은 오래된 논쟁이었고 언젠가는 터질 불편한 진실이었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칸 시장의 지적처럼 진실을 불편해하지 않고 그대로 알렸다면 동상을 짓밟고 불편한 진실을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 아픔을 반복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말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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