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지능지수(IQ)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어느 외국 매체가 세계에서 아이큐가 높은 사람을 소개했는데, 이를 일제히 인용한 한국 언론이 1960년대에 신동 소리를 듣던 한국의 김웅용 씨가 세계에서 3번째로 아이큐가 높은 사람으로 기록됐다는 얘기를 일제히 보도하며, 아이큐 230으로 세계 기록을 가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수학자 테렌스 타오를 소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아이큐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아이큐 230이라면 한국인의 평균 아이큐 106보다 2배나 높다. 하긴 테렌스 타오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소문이 났었다. 물론 수학 분야에서다. 그는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늘 가장 어린 참가자였다. 11살에 동상, 12살에 은상, 13살에는 결국 금상을 탔다. 1988년의 일인데 이 나이에 금상을 탄 전례가 없고 아직도 깨어지지 않는 기록이다. 그는 20살에 박사학위를 받고 24살에 UCLA 최연소 교수가 됐다.
김웅용 씨는 아이큐 210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이큐가 높은 인물 3위에 올랐다. 그는 1980년판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지능지수 보유자로 등재됐었다. 테렌스 타오처럼 5살에 방정식과 적분 문제를 풀던 수학 신동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4개 국어를 한꺼번에 습득하는 등 어학에도 뛰어났었다. 20대 초반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갑자기 평범한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고, 지금 공무원 신분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
IQ라는 말은 프랑스 심리학자 비네가 처음 사용했는데 그가 지능검사를 만든 이유는 정규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아이를 골라 집중 훈련을 시켜 정상아이들과 함께 교육시키겠다는 의도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훗날 이 지능지수가 사람의 노력과 상관없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이상한 위력을 가지게 된 것은 수많은 교육용 참고자료 중 하나에 불과한 아이큐를 기득권이 체제유지 수단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지능지수가 나쁜 서민들이여! 생활이 불행하거나 힘들어도 모두 네 머리가 나쁜 탓이니 운명이거니 하며 그냥 살아라>하는 운명론적 세계관을 심어놓는 도구로 삼은 것이다.
아이큐는 학습에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언어능력, 수리력, 기억능력, 지각능력, 추리능력 등과 같은 능력을 수치로 나타낸것이기 때문에 보통 18세나 19세에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떨어지고 50세가 되면 15세와 비슷해진다. 4,50대가 지금 아이큐 검사를 하면 자녀보다 절대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60세가 넘으면 어린이수준이 된다. 그런데 그런 능력이 어린이 수준이라고 모든 능력이 그 수준인 것은 아니지 않나. 70대의 석학에게 아이큐 테스트를 해도 비슷하다. 그래서 아이큐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백인 남성에게 절대 유리하게 만든 그 문제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에 반박하려면 이런 자료를 들이댈 것이다.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린 박사가 취합해 공개한 한국인의 평균 IQ는 106으로 IQ 테스트를 실시하는 184개 나라 중 2위로 높다며 자긍심을 갖자고 하겠지. 그래서 아이큐를 믿을 게 못된다는 거다. 같은 자료에 아이큐는 2위인데 삶의 질은 꼴찌 수준으로 나왔다. 유럽의 백인들이 삶의 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죽음의 질' 역시 한국은 열악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아이큐 믿다가는 아이큐가 높다며 '어르고', 삶과 죽음의 질로 '뺨 때리는' 누군가의 놀음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아이큐는 진짜 해석하기 나름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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