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사관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지진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문록에 맞춤법이 틀린 글귀를 적었다. 이 대통령은 "희생자 여러분을 우리 국민 모두가 애도 <드립니다>. 일본이 빠른시간 내에 회복되리라 확신하고 가장 가까운 이웃인 대한민국이 함께 하겠<읍>니다"라고 적었다. 띄어쓰기는 그만 두고라도 <애도를 드리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습니다>로 표준어 개정이 된 것은 14년이 넘었다.
이 대통령이 맞춤법에 실수가 있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실수가 잦다 보니 그의 국어실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각지의 방명록에 남긴 틀린 맞춤법도 모자라 이제는 일본대사관의 조문록에까지 실수를 남긴 대통령의 맞춤법은 너무 부끄럽다. 과거 실수를 반복하고 우리말의 어법을 파괴하는 잘못된 글쓰기를 여러 번 지적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은 보고 도대체 대통령의 참모들은 뭘 하느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어를 배울 당시를 감안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문제가 된다.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3·15 정신으로 이땅에 진정한 민주화와 국가번영을 이루어지기 기원합니다" (2007년 3월 23일 마산 국립 3·15 민주묘지 방명록). 무슨 말인지. "반드시 경제살리고, 사회통합 이루어 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살려서, 크게 보답하겠읍니다" (2007년 10월 22일 광주국립 5.18 민주묘지 방명록). <습니다>의 잘못.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 2007년 6월 6일의 이 방명록은 소설가 이외수가 조목조목 틀린 점을 알려줘 가장 유명한 사례가 됐다. 그래서인지 선거 다음날인 2007년 12월 20일 현충원을 방문해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는 맞는 글을 남겼다.
그런데 2008년 2월 25일 취임식에 앞서 "국민을 섬기며 선진 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라고 했다. "<받>치겠<읍'>니다"의 잘못을 알려줬는데 "바치겠<읍>니다"라고 일부 수정. 여전히 반복되는 잘못이다. 2008년 5월 6일에는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의 빈소에서 “이 나라 강산을 사랑하시는 문학의 큰별께서 <고히> 잠드소서”라고 썼다. 말이 안 되는 문장에다 <고이>를 <고히>로 썼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수가 아니라 국어실력 유감이 맞다. 2010년 1월 1일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一?永逸(일로영일)의 마음으로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닦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이번 일본대사관에 가서는 왜 또 <읍니다>가 나왔는지.
그래서 영어에 목숨을 걸다시피한 <어륀지> 사건이 또 불거지고 우리말에 관심부터 두고서 나라 격식을 말하고 외국어 교육을 말하라는 핀찬을 듣는다.
자연인 이명박이 아니라 대통령 이명박이라면 다른 나라 대사관에 조문을 가면서 이 정도 애는 써야지, 아니면 준비를 해 가든지. 그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우리 대통령이 이런 것까지 부끄러워서야 원.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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