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교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3월부터 자란다. 3월 봄바람에 자라는 것이 아니라 꽃샘추위가 매워도 한글학교는 3월이 되면 개학을 하고 아이들을 맞기 때문이다.
한글학교 입학식에 가본 적이 있는지. 해외에 있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아닌 한글학교로 불리는 토요일 주말 학교. 그 한글학교 입학식에 가본 적이 있는지.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데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키면서 내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는 짐작이나마 할 수 있는 한글학교 입학식에 가본 적이 있는지.
3월 5일 런던한국학교 입학식. 학교에 처음 와 생소한 신입생과 이런 풍경이 몸에 익은 재학생이 뒤섞여 왁자지껄한 강당에 선생님들이 나란히 서서 학생들에게 인사한다. 우리말반, 유아반, 준비반,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라는 순서대로 선생님들이 인사한다. 지금은 자기 담임선생님 외에 다른 선생님은 관심이 없는 어린 학생은 지금 인사를 하는 모든 선생님이 앞으로 이 학교에서 자라면서 차례로 만나게 될 선생님이란 사실을 모른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란다. 아이는 학교에서 자란다.
런던한국학교 입학식 날. 식을 진행하던 교감 선생님은 이번에 새로 온 학생이 60여 명이라고 했다. 입학식 도중에 엄마에게 뛰어가는 유아반 신입생부터 여선생님보다 키가 한 뼘이나 더 큰 중학 졸업반 신입생도 있다. 이번에 처음 한글학교에 오면 학년에 관계없이 신입생이다. 신입생이 일어서면 재학생이 박수로 환영한다. 교장 선생님의 축사보다 마이크 소음에 놀라는 선생님의 모습에 더 깔깔 웃어대는 입학식. 이날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들려준 말처럼 강당에 모인 아이들은 토요일 한국학교에서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는 준비와 체험을 하고 있다는 걸 언제쯤 느낄까.
직사각형으로 접은 손수건을 커다란 옷핀으로 가슴에 달고 ‘앞으로 나란히’를 처음 해보던 초등학교나 국민학교의 입학식이 기억나는지. 콧물을 닦는 손수건이 마치 학생이 되었다는 자랑스러운 인식표였던 그 입학식을 기억하는지. 처음 해보는 단체생활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일러준 그때 선생님과 그 콩나물 교실이 기억나는지. 그곳이 학교였고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고 깨우치고 익히고 자랐다는 것을 추억으로나마 갖고 있는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란다. 학교 밖으로 밀려난 아이는 자라는 기회를 잃어 버린다. 한글학교가 모국어와 정체성이라는 두 요소를 얻는 중요한 장소라고 사족같은 이점을 부언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란다.
한글학교 입학식에 가본 적이 있는지. 만약 가본 적이 없어 행여나 내 아이를 학교 밖으로 밀려난 아이로 만들지는 않는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란다는데... 아이들이 자라는 그곳. 한글학교 입학식에 가본 적이 있는지.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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