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쪽 섬에 있는 '호키티카'라는 곳은 유별난 음식 축제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호키티카 와일드푸드 페스티발(Hokitika Wild Foods Festival)이라 불리는 호키티카 야생 음식 축제는 색다르면서도 맛있고 건강한 야생음식이 이 축제의 테마인데, 기이한 요리 재료를 사용한 독특한 음식이 매년 출몰해 눈길을 끌었다. 1990년 시작된 이래 양의 고환, 애벌레 아이스크림, 황소 생식기, 돼지 코, 귀뚜라미 등이 진귀한 음식으로 만들어져 소개되곤 했다.
호키티카 야생 음식 축제는 매년 3월에 열리는데 그 독특한 축제의 성격때문에 많은 마니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대회 주최 측이 홍보하는 내용을 보면 올해는 더 이색적인 요리가 등장할 예정이다. 바로 말의 정액으로 만든 음료수. 말의 정액을 에너지 음료수와 섞어서 한 잔에 10달러에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축제 관계자는 이 음료수가 용기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야생 음식 축제에 나오는 어떤 음식도 혐오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말의 정액으로 만든 음료수도 혐오스러운 음식이라 보지 않는다고 했다.
경주마 조련사가 원료를 공급한다. 이걸 마신다고 어떤 효과가 나는지는 증명된 바 없다. 종마는 남성 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정력적인 동물이니까 말의 정액을 한잔하면 일주일 뒤에는 그야말로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원료 공급자가 단지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용감한 사람들이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홍보한다. 하긴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말의 정액을 마시는 것도 용기라면 용기다. 여자는 미용, 남자는 정력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덤비니까 이를 이용한 축제의 낚시질일 가능성도 있다.
고객이 원하는 음료에 타서 주니까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혐오식품인가 아닌가에 주최 측은 전혀 관심이 없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뜸부기, 요리하지 않은 전갈 등이 음식으로 등장한다. 이 축제에 혐오 식품 아닌 것이 나오면 이상하듯 호키티카 야생 음식 축제에 나오는 모든 음식에 혐오 식품이란 것은 없다.
사람은 잡식동물이며 먹이사슬의 맨 위에 있다. 따라서 문화적 차이로 못 먹을 뿐 못 먹을 게 세상에 없다는 말이다. 어느 인류학자는 <우리가 혐오식품이라고 하는건 그 음식 자체가 혐오스러워서가 아니고 먹지 않기 때문에 혐오스러운 것이다>라고 했다. 한 나라의 기호 식품이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는 혐오 식품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진미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도 거위의 간을 10배 정도 비정상적으로 크게 만드는 잔혹한 사육과정 때문에 일부에서는 혐오 식품으로 부른다.
뉴질랜드는 양질의 농산물과 문화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전통 음식과 창의적인 요리를 발전시킨 뛰어난 음식 여행지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일부 대형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고객 유치가 점점 어려워질 만큼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만든 식품을 외면한다. 그렇다면 뉴질랜드에서 혐오 식품이란 재료가 무엇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선한지 아닌지의 문제인가 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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