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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리콴유를 통해 보는 지도자의 선택

hherald 2011.01.24 19:12 조회 수 : 8193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李光曜) 전 총리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살던 집을 헐어버리라는 유언을 미리 남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집이 국가의 '성지'로 보존되면 이웃에 경제적 손실을 입히지만, 집이 철거되면 주변 건물들이 더 높아지게 되고 땅값도 올라가기 때문에 집을 헐어버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 기적의 경제성장을 이끈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말할 때 뗄 수가 없는 인물이다.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뚜렸한 신념이 있었고 그 신념을 펼 추진력이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작은 무역항에 불과한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할 부유한 도시국가로 만든 탁월한 정치 지도력은 누구나 인정한다. 26년이란 오랜 통치기간으로 비슷한 시기 아시아 지도자들인 인도네시아의 수하트로나 한국의 박정희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이들과 가장 확실한 차이가 있다면 그는 시대를 보는 통찰력이 있었고, 스스로 부정부패와 거리를 둔 깨끗한 지도였다는 점이다. 리콴유는 과거 수하르토 정권을 보며 부정부패를 원칙적으로 차단했고 박정희의 죽음을 보며 물러날 시기를 스스로 결심했다. 독재의 길을 걸은 다른 나라의 지도자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싱가포르의 현 수상은 리콴유의 아들이다. 리콴유의 며느리가 관리하는 100% 국영기업 테마섹홀딩스는 항만, 항공, 은행, 투자청, 텔레컴 등 중요한 경제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리콴유 주식회사이고 싱가포르인들은 리콴유 주식회사의 종업원들로 봐야 한다. 그렇지만 누구나 싱가포르가 세계 최고의 깨끗한 정부라고 말한다.

 

 

리콴유는 전세기가 없었다. 싱가폴 항공 1등석에 앉아 있는 리콴유 총리를 봤다는 한국의 장관들이 많았다. 기내식 서비스는 맨 나중에 받았다고 한다. 싱가폴 항공을 이용하는 고객은 자신의 고객이기 때문에 손님을 먼저 대접하고 나중에 먹는 것이 주인된 도리라고 리콴유는 얘기했다.

리콴유는 탁월한 건축가인 친구를 국가 개발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가 1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것이 적발되자 선처해달라는 친구의 호소를 무시하고그를 중죄에 처했다. 친구는 수치심에 자살했다. 훗날 리콴유는 그 일이 평생 잊지못할 아픔이라고 고백했다. 국민과의 약속 앞에 개인적인 아픔은 사치였다.

 

 

리콴유의 아버지는 아들이 총리에 오른 뒤에도 70세까지 작은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며 살았다고 한다. 총리의 부모였지만 늘 싱가폴 극장 일반석에서 공연을 봤다. <아들이 총리인 것과 극장 일등석이 무슨 상관이 있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제발 지도자 선택에 고민 좀 하자고 헤럴드 단상을 통해 리콴유를 소개한다. 누가 되든 '오십보백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그 놈이 그 놈일 것'이라는 생각이 실패의 시작이다. 작고 큰 선거를 통해 잘못 뽑은 대표자의 어슬픈 자질과 고질병이 된 부패에 대한 무관심이 지역과 사회와 나라를 망친다. 해외에 사는 우리도 이제 참정권을 갖는다. 작게는 영국 한인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발 지도자 선택에 고민해야 한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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