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인사회는 어찌 보면 아주 작다. 4만 5천 명이라고 하나 그 수치를 믿기 어렵다. 아니 마주치는 사람을 통해 느껴지는 체감 규모로 보면 이 수치는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느낌이다. 영국에 사는 한인이 4만 5천 명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인사회에 있는 한인의 수는 그렇지 않다. 영국에 한인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한인사회에 있는 한인은 정말 적다.
그런데 선거가 뭐길래. 선거가 한인사회에 있는 그 한인의 수를 더 줄이고 있다. 가뜩이나 영국에 살지만 한인사회는 모른다고 하는, 모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언제부터인지 선거라는 일반 한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것이 나타나 한인사회를 갈가리 찢어 한인의 수를 줄이고 있다. 이 선거가 끝나면 한인의 수는 또 줄어들 것이다. 개인적 탐욕과 잘못된 가치관에 줄을 선 사람들의 전쟁에 불과한 선거는 한인들을 갈가리 찢어 놓을 수밖에 없다.
왜 찢길까. 매표한 사람은 없다는데 매표한다는 설은 요동친다. 본인이 모르는데 온 가족의 이름이 선거명부에 올라 있다. 일단 누군가를 의심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정상적이지 않으니 누군들 정상적으로 봐줄 수 있을까.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시스템. 찢어지지 않을까. 하다 하다 이제는 가장 신성해야할 종교단체까지 탐욕의 대상으로 삼아 종교마저 시험에 들게 하는 이런 선거를 만드는 이들이 화합과 친목을 가져올까. 이 선거가 끝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들은 그 종교의 이름 아래 다시 모일 수 있을까.
선거가 뭐길래. 개인적 탐욕이 이제는 가정마저 침범하는가. 한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가 자식까지 매표에 몰아넣는 이 선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가. 도대체 한인사회는 자녀교육이 필요한 사회인가, 부모교육이 더 절실한 사회인가.
선거가 뭐길래. 20살도 안 된 아이들이 친구를 선거판에 끌고 오는가. 진정 양심을 움직인 동기가 있어서 그들이 이 선거에 포함됐는가. 돈이 있어야 선거권을 얻을 수 있는 이번 선거구조에 백번 양보해서 설령 이 젊은이들에게 양심을 움직인 동기가 있었다고 쳐도 친구 따라, 부모 따라, 선거명부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어쩌면 이것이 생애 첫 선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가. 첫 선거부터 이렇게 끌려온 그들의 눈에 한인사회는 어떻게 비칠까. 새파란 젊음이 느끼는 자괴감을 선거 모사꾼들이 한 번 생각이나 했을까.
화합을 만들 수 없는 이들이 화합을 이야기하는 것도, 매표의 선거판에서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무시하면 되지만 이 작은 한인사회를 갈가리 찢어놓는 죽자고 달려드는 치킨게임 같은 선거의 뒤탈은 어쩔 건가. 작은 사회의 구성원들인 우리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 얼굴 보고 살아야 하는데. 이것이 봉합될까.
선거가 뭐길래. 아버지가 아들을, 아내가 남편을, 개인적 탐욕이 난무한 이 선거판에 줄을 세우나. 도대체 누군가. 정말, 선거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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