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상품으로 만들어진 타이타닉호 100주년 추모 유람선 여행상품이 18개월 전에 이미 매진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1,5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은 해양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이 여행상품은 2012년 4월8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항해 100년 전 타이타닉호가 지난 항로를 그대로 항해, 뉴욕에 도착하는 것이다. 여행사는 타이타닉호 탑승객과 같은 1,309명의 승객을 태우고, 100년 전과 똑같은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홍보해왔는데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그래서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4월15일 아침에는 침몰한 해역에 도착해 추모행사를 하고 피해자들이 잠들어 있는 캐나다의 핼리팩스 공동묘지도 들리는 일정을 만들어 '추모' 흉내를 냈다.
'절대로 가라앉지 않는 배'라는 평판을 들었고, 배를 만든 회사도 '신도 이 배를 침몰시킬 수 없다'는 문구를 넣어 광고했던 타이타닉호는 첫 항해에 나선지 5일 만에 빙산과 충돌, 해저 3,821m 아래로 가라앉았다. 타이타닉호의 침몰 원인을 두고 선장의 책임을 묻거나, 당시 빨리 달리기 경쟁을 하던 선박회사의 상혼을 질타하거나, 작은 불량부품 하나가 큰 재난을 가져온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등의 얘기는 수없이 많았다.
선장이 평소처럼 무선실에 들렀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다는 얘기를 소개하면 그날 무선실은 승객이 지인들에게 보내는 엄청난 양의 전보로 전신 담당자가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승객 전보 보내는 게 우선이지 항로 주변을 흘러다니는 빙산에 대한 정보는 뒷전이었다. 사고 직전 같은 항로로 항해했던 메사바호가 빙산의 경보를 보냈지만 이 소중한 경보가 승객의 안부 전보에 묻혀버린 것이다. 선박회사는 이렇다. 당시 여객선 회사들은 약속한 날짜에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시간 경쟁을 하고 있었다. 타이타닉호는 우선 과속을 했고, 빙산과 충돌한 뒤 그 자리에 서 있었다면 피해가 훨씬 적었을 텐데 또 달렸다. 막대한 돈을 들인 선주는 '빨리 가는 배'를 원했지만 '침몰한 배'가 되었다. 불량부품은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침몰의 직접적인 이유가 선체를 조립할 때 사용한 '볼트'와 '리벳조인트'의 불량이었다는 것이다. '떠있는 궁전'처럼 럭셔리했고 군함을 만들듯 튼튼하게 만들었다고 했지만 결국 1페니짜리 불량부품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0세기에 바다에서 발생한 가장 비참한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타이타닉호가 왜 이렇게 계속 영화로, 소설로, 추모상품으로 부활하고 사람의 관심을 끄는가. 그건 타이타닉호에 있었던 '인간미'때문이다. 극한의 위기상황에서 빛난 극적인 휴머니즘. 타이타닉에는 휴머니즘이 있었다.
월리스 하틀리가 지휘를 맡은 8명의 연주대는 배가 침몰하기 고작 10분 전까지 곡을 연주하고 서로에게 행운을 빈 후 헤어졌으나 모두 죽었다. 존엄성과 영웅적 자질을 보여준 월리스 하틀리는 '영국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존 스미스 선장도 구명보트 승선을 거부하고 끝까지 승객들을 돕다가 죽었다. 배의 설계자인 토마스 앤드루스는 승객들이 뜰 만한 물건들을 던지는 것을 돕다가 1등실 흡연실에 조용히 들어가서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 토마스 바일스 신부는 구명보트 승선을 거절한 채 사람들을 돕고 구명보트를 못타고 죽을 운명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갑판 위에서 사람들과 미사를 드리다가 죽었다. 그리고 타이타닉에서는 더 젊고 더 강하고 더 재빠른 사람들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배려하는 사회규범이 살아 있었다.
이번에 크루즈 상품을 만든 여행사와 여행을 떠날 승객은 타이타닉의 교훈과 휴머니즘을 알고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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