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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팬데믹 퍼피 Pandemic Puppy

hherald 2022.08.23 10:11 조회 수 : 4760

영국에는 루시 법 Lucy’s Law이 있어서 6개월 이하의 강아지와 고양이를 펫샵이나 온라인에서 사고팔 수 없다. 이는 상업용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대량 번식, 사육, 판매하는 '개 공장'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법이 된 루시 Lucy는 개 공장에서 6년 동안 계속 강아지를 낳다가 갖가지 병을 앓는 상태에서 구조된 개의 이름이다. 이후 루시는 강아지 공장 반대 캠페인의 상징이 됐지만 공장에 있을 당시 학대로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채 얼마 못가 죽었다. 
그런데 영국은 루시 법을 2020년 4월 6일부터 전격 시행했다. 수년간의 캠페인을 거쳐 의회를 통과하고 적용된 것이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때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입양이 늘자 영국 정부는 루시 법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장착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바터시 Battersea 동물 보호소를 통한 입양이 당장 1주 만에 2배나 증가하는 등 좋은 조짐을 보인다고 반색했다.

코로나 확산과 함께 반려동물 입양이 많아진 것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반려동물 입양이 주목받았다. 영국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많기로 손꼽하는 나라인데 앞서 본대로 코로나 기간에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까지 많아져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새로 개를 입양한 사람들의 예약이 끊임없이 밀려 강아지 훈련사들이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입양한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례가 많다. 팬데믹 시기에 입양한 반려동물을 '팬데믹 퍼피 Pandemic Puppy'라고 부른다. 유기하는 이유야 많겠지만 유기견은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영국은 팬데믹 기간에 입양했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일상으로 서서히 회복하면서 그들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특히 영국은 에너지 비용 등 생활비가 치솟고 돈이 궁해진 사람들이 가족처럼 지내던 애완동물을 포기하는 것이다. 최근 바터시 동물 보호소에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많은 유기 동물이 모였다. 팬데믹 시기에 입양해 최근 물가 위기에 버려진 반려동물을 '팬데믹 퍼피'라고 불릴 정도다. 

유기 동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5∼8월, 장기간 휴가를 떠나는 등 계절적 요인이 있다. 그래서 돌아올 일말의 가능성조차 막으려 영국의 와이트섬이나 한국의 제주도에 유기하는 독한 견주도 있다. 유기견의 대부분은 1살 미만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분양받았다가 유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강아지를 처음 입양한 주인이 그 개가 죽을 때까지 키우는 경우는 단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유기견은 대부분 몇 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운 좋게 유기 동물 보호소에 가도 몇 주 보호 받다가 안락사된다. 영국 개든 한국 개든 주인한테 의존하며 자라온 개가 밖에서 혼자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유기하면 곧 죽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팬데믹 퍼피를 버리면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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