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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트러플과 사냥개의 수난

hherald 2022.12.19 17:27 조회 수 : 4915

지금 이탈리아에서 트러플 채취 경쟁이 치열한데 더 많은 트러플를 갖고자 하는 욕심이 경쟁자의 개를 죽이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땅속에서 자라는 이것을 찾아내는 사냥개를 독살하려고 개 간식에 살충제와 같은 독극물을 타 숲에 뿌린다는데 경찰은 독이 든 개 간식이 있는지 찾으려 경찰견을 데리고 수색에 나선다니 트러플 둘러싼 개들의 수난이다.

 

서양 송로 西洋松露, 트러플 truffle. 우리가 '서양 송로버섯'이라고 부르는 버섯의 한 품종인데 이탈리아에서 찾으려 혈안이 된 것은 흰 트러플이고 프랑스에서는 블랙 트러플을 최상품으로 친다. 흙 속에 묻혀 있어 사람의 육안으로는 찾기 힘들어 과거 돼지를 이용했다. 발정기에 접어든 암퇘지가 트러플 냄새에 격하게 반응한다고. 그래서 과거에는 정력에 좋다고 판단하는 오해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돼지를 데리고 산에 다니면 여기에 트러플이 많이 난다고 광고하는 격이 되니 사냥개를 훈련해 찾게 만들었다. 트러플이 많이 나는 곳을 자신만 알고싶은데 돼지 데리고 산에 오르는 건 누가 봐도 트러플 찾으러 가는 거다. 대신 개 데리고 나서면 산책하러 가는 걸로 보일 수도 있으니 돼지에서 개로 바꿨다. 기막히게 잘 찾는 개 품종이 있는데 강아지 때부터 어미 개의 젖꼭지에 트러플 오일을 바르고, 트러플 향을 뭍힌 먹이를 주면서 훈련시킨다. 이 품종의 강아지를 분양받는 비용도 엄청 비싸다. 그런데 이렇게 키운 개를 독살시키려 하니 사태가 심각하다. 독이 든 개 간식이 찾으려 나선 경찰견은 또 어떻고.

 

이렇게 채취 경쟁이 치열한 건 당연히 비싸기 때문. 올가을 박람회 가격 기준으로 1kg에 천만 원이 넘는다. 최상급의 대형 이탈리아산은 1kg에 1억 5천만 원이 넘는다. 현재 금 1kg에 8천만 원 조금 넘는데 이쯤되면 금값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블랙(화이트)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이 있다. 상대 사냥개를 독살하는 정도가 아니라 채취꾼끼리 폭력, 살인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해자가 된 사례인데 2016년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지도부 초청 청와대 오찬에 송로버섯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콩 한 쪽도 서로 나누며..."라는 기념사를 했다. 트러플이 초호화 음식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대통령의 연설이 국민을 기만한다고 받아들여졌다. 

 

트러플을 두고 사냥개가 죽는데 트러플도 사냥개도 잘못이 없다. 누구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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