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葛藤'은 의지를 지닌 두 성격의 대립 현상을 말한다. 한자로 보면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이 조합된 단어다. 칡과 등나무, 칡은 나무의 왼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고 등나무는 나무의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간다. 이 둘이 각기 다른 나무에 붙어 자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한 나무에 들러붙으면 왼쪽 오른쪽으로 반대 방향에서 서로 엉킨다. 질긴 둘이 엉키면 풀기 힘들다. 힘이 약한 식물을 졸라 죽여야 줄기를 풀 수 있다. 약한 쪽이 죽어야 풀리는 것이 갈등의 결과다.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국민들 간에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다시피 미국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참사가 있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노린 테러로 남편이 중상을 입는 사건까지 있었는데도 우리나라보다 정치적 갈등이 적다고 사람들은 봤다. <다른 당 지지자 간에 갈등이 있냐>는 질문에 "갈등이 강하거나 매우 강하다'는 응답이 한국은 90%, 미국은 88%였다. 그래서일까. 한국 사회를 '갈등 공화국'이라고...
이 갈등은 정치적 갈등으로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참고로 살펴보면, 2013년 미국 대통령 선거 뒤에 있었던 조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깊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80%를 넘었다. 그런데 이 정치적 갈등은 빈부, 흑백 등 다른 갈등들보다 현저하게 더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커다란 갈등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58%, 흑인과 백인 사이에 커다란 갈등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39%에 불과했다.
그래서일까 한국이든 미국이든 친한 사이에 정치 얘기를 절대 하지 말자는 말이 있다. 덧붙이자면 종교도 마찬가지.
그런데 설문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이런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그만큼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사한 조사에서 정치적 갈등 중 '여야 갈등의 크기'와 '진보와 보수의 갈등 크기'로 질문을 나뉘면 답이 다르다. '기업가와 노동자의 갈등 크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크기' 등 질문이 오십보백보 같지만 그렇다는 응답은 확 떨어진다.
해결하지 못한 갈등은 분열 分裂을 일으킨다. 분열은 찢어지든, 갈라지든 어쨌든 나뉘는 것을 뜻한다. 유독 정치적 갈등이 크다고 답하는 국민에게는 분열을 부추기는 '삼류' 정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영국 한인사회의 몇몇 단체가 갈등과 분열의 길로 들어섰는가 하면 화합으로 되돌아온 곳도 있다고 한다. 주변부터 살피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분열을 부추기는 '삼류'를 조심하라고 권해드린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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