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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지난해 26개의 한국어가 한꺼번에 등재된 바 있다. 유래가 없는 일이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많은 30여 개가 또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등재된 단어들을 보면 한국 문화의 흐름이 보이는데 먹방 mukbang과 함께 음식 관련 단어가 많았다. 반찬 banchan, 불고기 bulgogi, 치맥 chimaek, 동치미 dongchimi, 갈비 galbi, 잡채 jabchae, 김밥 kimbap, 삼겹살 samgyopsal 등이었다. 한류 hallyu와 함께 오빠 oppa, 언니 unni, 누나 noona가 실렸고 파이팅, 콩글리시 konglish, 스킨십 skinship, PC방 PC bang 등과 같은 국내에서 영어와 결합해 만들어진 신조어들도 등재됐다.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줄여서 OED로 주로 쓰인다)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하는 영어사전이다. 인쇄된 사전이 나온 건 1884년부터다. 3개월마다 어휘를 새롭게 등재하고 있는데 올릴 단어를 선정하는 데 매우 신중하다고 한다. 새로운 표제어를 등재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 조사를 진행해 해당 단어가 신문, 책, SNS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됐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등재에 신중한 것은 바로 한번 등재한 단어를 절대 삭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다른 사전과 다른점이다.

 

한국과 영국이 수교한 조영수호통상조약이 1883년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그 다음해인 1884년부터 나왔는데 11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영어권에서 사용돼 온 단어 60만여 개를 수록하고 있다. 한영수교가 사전 편찬과 거의 비슷한 역사를 가지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평가받는 여기에 한국어가 처음 등재된 것은 1976년이다. 김치 kimchi, 막걸리 makkoli 등이 실렸다. 그 후 45년 동안 20개 단어가 실렸다. 전체로 보면 약 140년 동안 겨우 20개 단어가 실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해 무려 26개의 단어가 한꺼번에 등재됐다. 왜? 문화의 힘이다. 

 

주목할 점이 있다. 등재된 단어들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외에서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재된 단어들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어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단어들이 사전에 등재돼 우리 문화와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난해 한국인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지영 교수는 "오징어게임의 ‘달고나’를 해외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듯이 우리도 외래어를 거부하기보다는 우리 나름대로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 쓰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를 가진 나라로서 언어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에 수긍이 간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한국어 컨설턴트인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내년에는 최소 30개 이상은 들어갈 것 같다고. 막내, 동생 같은 한국 단어와 손하트 같은 이모티콘도 등재될 걸로 보인다고 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대박 daebak'을 이렇게 설명한다. '영어에서 판타스틱, 어메이징과 같이 열정적인 긍정을 표현하는 감탄사'.
한글과 한국어, 이쯤 되면 역시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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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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