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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마이클 잭슨 닮은 여인

hherald 2022.02.14 17:15 조회 수 : 4490

싱어송라이터 안치환의 노래 제목이다. 우선 가사를 보자. <왜 그러는 거니? 뭘 꿈꾸는 거니? 바랠 걸 바래야지 대체! 정신없는 거니? 왜 그러는 거니? 뭘 탐하는 거니? 자신을 알아야지 대체! 어쩌자는 거니?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 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 / 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 / No more~ No more~ / 그런 사람 하나로 족해!> 

 

누구를 풍자한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충분히 알 수 있다. '건희'와 유사한 '거니?'가 반복되는 가사, 얼굴을 여러 번 바꾼 사실, 이름도 여러 번 바꾼 것 등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앨범 커버에 그려진 여성의 모습이 김건희 씨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당시 인상착의와 유사하다.

물론 안치환이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붙였다. 그는 이 노래를 두고 "저항가요에 있어 풍자와 해학의 가치는 언제나 최고의 예술적 덕목이다. '마이클 재슨을 닮은 여인' 이 그 범주에 속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안치환은 세상을 풍자하는 민중가요를 많이 만들고 불렀지만, 이 노래가 '풍자와 해학'의 범주에 든다고 보는 시각은 적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외모 비하와 여성 혐오에 불과한 '질 낮은 조롱'이라고 뭇매를 맞는다. "여성을 인격적으로 비하하고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여성 혐오적이며, 시대를 퇴행하는 저급한 인식 수준"이라고 혹평한다.

안치환은 곡을 내면서 "하나의 대의명분과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시대는 갔다"면서 "'니편내편'으로 갈라져 온갖 혐오와 조롱의 요설이 판치는 세상"이라고 했다. 

 

정치권 인물은 공인으로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들을 풍자하는 건 표현의 자유로 최대한 용인할 수 있지만, 얼굴을 여러 번 바꾼 걸 비하하는 외모 비하는 풍자가 될 수 없다. 특히 아무 관련 없는 마이클 잭슨이 풍자의 도구가 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니, 이해할 노력조차 하고 싶지 않다. (마이클 잭슨의 성형은 성형중독과 다르다. 화상, 백반증으로 고통받았던 그는 루머에 매달리는 미디어에 시달리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안치환은 586세대 일부인 진보진영 내부의 기회주의자를 비판하는 '아이러니'라는 노래를 1년 반 전에 발표한 바 있다.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 /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 끼리끼리 모여 환장해 춤추네 / 싸구려 천지 자뻑의 잔치뿐 / 중독은 달콤해 멈출 수가 없어 / 쩔어 사시네 서글픈 관종이여>
안치환은 시민의 힘으로 집권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때 싸우지 않고 잇속만 챙긴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모습을 보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구체적인 인물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세월은 흘렀고 우리들의 낯은 두꺼워졌다. 그날의 순수는 나이 들고 늙었다. 어떤 순수는 무뎌지고 음흉해졌다"며 진보진영을 향해 일갈했었으며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노래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노래"를 했다.

 

안치환은 그랬다. 그런데 '마이클 잭슨 닮은 여인'은 지금까지 그의 말도, 그의 노래도, 그 어느 것도 아닌듯 해서 너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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