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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2022년 임인년 壬寅年. 새해 단상

hherald 2021.12.20 17:48 조회 수 : 4653

1990년대 초반에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서 빌려온 영화 테이프에는 이런 내용의 건전 비디오 광고가 반드시 있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건전한 비디오를 봐야 비행 청소년이 되지 않는다는 의도인데 익숙하지 않은 "호환, 마마가 무서운 재앙이구나"하고 알리는 결과만 남겼다.

 

웃자고 시작했는데, 호환 虎患이 바로 호랑이에게 물려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호랑이에 의한 사람의 피해가 많아서 이런 말이 나왔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속담에 <귀신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고 했을까. 화를 피하려다 더 큰 화를 당한다는 말인데 귀신보다 무서운 게 호랑이였다.

그럼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공자는 가정맹어호 苛政猛於虎라고 했다. '(백성에게)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이다. 내용은 이렇다. 공자 孔子가 제자들과 태산을 넘는데 어떤 부인이 무덤들 앞에서 슬퍼하며 울고 있었다. 공자가 무덤에 절을 한 후, 사연을 물었다. 부인, "너무 무섭고 슬픈 곳이라 울고 있습니다. 시아버님, 남편, 아들이 호환을 당해 여기에 묻었습니다." 공자, "그런데 왜 떠나지 않습니까?" 부인, "여기는 가혹한 정치가 없으니까요."

호랑이가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으로 호시탐탐 虎視眈眈을 쓰는데 주로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눈치를 보는 상황에 사용된다. 혹독하게 세금을 걷으려고, 노동력을 착취하려고, 재물을 뜯으려고 노리는 탐관오리의 행태는 도둑이나 강도의 호시탐탐과 다를 바 없다.

 

2022년 임인년 壬寅年. 새해는 호랑이의 해다. 검은 호랑이의 해, 흑호 黑虎라고 한다. 10개의 천간 중 임 壬이 검은색에 해당해서 그렇다고 한다. 특별한 건 아니다. 10개 천간(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모두 색이 있으니 빨간 호랑이, 흰 호랑이 등등 돌아가며 나온다. 검은 호랑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다. (몇십 년 만에 오는 특별한 해 등등 이런 거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기만이다) 다만 흑호는 '힘이 넘치고 열정적이며 강하고 용맹스럽다'라고 해석하는데 코로나와 함께 맞을 새해라서, 특히나 전염이 더 잘되는 오미크론 바이러스와 함께 오는 새해라서 새해 기운이 많이 꺾여서 아쉽다. 새해가 오면 어떤 일을 기호지세 騎虎之勢로 성취하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코로나의 기운도 역시 기호지세라 그런 다짐도 선뜩 세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출간한 김난도 교수는 새해는 코로나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2022년의 10가지 트렌드 중 '헬시플레저 healthy pleasure'라고 있다. 직역하면 '건강한 기쁨'이다. 코로나19로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면서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뜨고 있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으로부터 기인하는 삶의 기쁨이라는 뜻이며 동시에 건강관리도 기쁘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해는 즐겁게 맞을 일이다. 그래야 건강한 기쁨을 만들고 호랑이의 기운도 받을 것 아닌가. '용 가는데 구름 가고 범 가는데 바람 간다'고 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삶의 기쁨과 함께 한다는 말이다. 힘들어도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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