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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사탕 폭격기 Candy Bomber

hherald 2022.02.21 16:56 조회 수 : 4505

 


사탕 폭격기 Candy Bomber 혹은 건포도 폭격기 Raisin Bomber. 
폭격기와 어울리지 않는 이런 달달한 이름표가 나온 것은 2차대전이 끝난 1948년이다. 동베를린을 점령한 스탈린이 서베를린을 봉쇄하고 200만 명이 넘는 시민을 인질 신세로 만들었다. 그들은 식량, 전기가 끊겨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렸다. 스탈린이 서베를린 시민들을 모두 죽일 작정이야 했을까마는 연합국으로부터 서베를린을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른바 '베를린 봉쇄'고립된 서베를린 시민들을 위해 연합국은 비행기로 물자를 날라 떨어뜨렸다. 식량과 석탄 등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했는데 하루에도 수백 차례 C-47 수송기가 날았다. 322일 동안 232만 톤의 생필품을 투하했다. 이른바 '베를린 공수'

 

 

'베를린 봉쇄'와 '베를린 공수'가 충돌했으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미국과 소련, 모두가 그것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 지 알았기에 그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소련은 8개월만에 봉쇄를 해제한다. 공수작전을 공식적으로 마친 건 5달 정도 뒤다. 사실 스탈린의 베를린 봉쇄는 연합국의 급소를 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국력을 전 세계에 자랑할 무대를 마련해준 격이 됐다. 공수품이 얼마나 많았으면 시민들이 생활하고 남아 비축할 정도였고 부활절에는 하루 1만3,000톤의 물자를 수송하는 일종의 이벤트까지 벌였다. 수송기를 격추할 수는 없었던 스탈린으로서는 밑지는 장사였다.

 

베를린 공수 작전에 '사탕 폭격기'가 등장한다. 미군 조종사 게일 할보르센은 세베를린 공항 근처에 사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입지 않는 옷으로 작은 낙하산을 만들어 그 안에 사탕, 초콜릿, 건포도 등을 
넣었다. 아이들에게 날개를 흔드는 비행기가 보이면 활주로 끝에 모여라, 사탕 주머니를 떨어뜨려 줄게, 했다. 그의 비행기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폭탄이 떨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사탕 폭격기는 한 미군 조종사의 개인적인 선물 차원에 시작했다. 이는 군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독일 언론에서 보도하고, 독일 정부에서 반기며 호응이 좋아 아예 미군 장군의 지휘 아래 작전으로 바뀐다. 이른바 군것질 작전 Little Vittle Operation. 미국 제과업체에서 얼마나 많이 필요하냐며 사탕 폭격기를 지원하고 미국의 각급 학교에서 사탕과 껌을 매단 낙하산을 만들어 독일의 미군 공군기지로  보냈다.

 

며칠 전 101세를 일기로 사탕 폭격기 조종사 게일 할보르센이 숨을 거뒀다. 어제의 적을 돕는, 적국의 국민을 도운 미군 조종사 한 사람의 인도애 人道愛가 연합국의 국민이 독일 국민을 믿게 만들고, 독일 국민이 연합국을 믿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폭격기에 달달한 사탕을 붙일 수 있게 했던 '사탕 아저씨'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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