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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찰스 3세 국왕이 영국 코리아타운인 뉴몰든을 방문했다. 국왕은 물론 영국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한인 출신 킹스턴 구의원들의 말에 따르면 킹스턴시도 이런 큰 행사가 처음이고 전례를 찾기 힘들어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오래 산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인근 레인즈팍에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왕자들이 어릴 때 다녀간 적이 있다고 했다.
국왕의 한인타운 방문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큰 요인이었겠지만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 또한 왕의 발길을 끌었을 것이다. 국왕이 한인들에게 보여준 호의는 현지인이 우리를 대하는 호의로 옮겨질 것이다. 

 

외향으로 보면 무난하게 치른 행사인데 왠지 속 곳곳을 보면 한편으로 불편하다. 한인이 국왕을 맞이한 이날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한인들이 고작 들러리로 전락했던지라 지금도 낯 뜨겁다.

 

주영한국대사는 영국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한다. 그런 대사가 국왕을 맞은 게 아니라 시종일관 킹스턴 구청에서 업무를 부탁한 어느 인사의 뒤를 따르다가 김치를 선물할 때 보자기를 들고와 국왕이 아니라 그에게 전하는 모습. 아찔하다. 우발적인 실수였는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런 동선을 구성했는지. 찰스 3세가 김치를 받으며 농담했다는 동영상이 전 세계에 퍼졌는데 영상 속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영한국대사가 어느 인사의 시중을 드는 들러리로 전락하다니... 영국에 사는 한인의 한 사람으로 너무 불편하다.

 

한인회장은 영국의 한인들을 대표한다. 국왕이 한인타운을 방문한다면 당연히 한인회장이 앞장서 행사를 마련하고 가장 앞서서 손님을 맞아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국왕이 처음 교회에 들어서면 전반적인 한인사회에 관한 설명을 한인회장이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시간상 제약이 있엇다 치더라도 한인회장을 수많은 초청 인사 중 한 사람으로 초라하게 서 있게 만들어야 했을까? 그것도 한국학교교장 다음으로 소개될 정도였다니... 들러리가 된 한인회장을 보는 한인회원은 불편하다.

 

만약 킹스턴시에서 친분이 있는 일부 한인에게 행사와 참석 인사 선정 등을 맡겨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킹스턴시와 한인사회의 관계와 창구 역할을 맡길 곳의 선정 등에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 당초 참석자 명단에서 빠졌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행사 전날 부랴부랴 초청한 탈북민들에게 국왕이 가장 많이 질문하고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은 뭘 말하는가. 

 

초청받지 못한 한인 노인들은 비를 맞으며 밖에서 플래카드와 양국 국기를 흔들었다. 비에 홀딱 젖은 그들을 위로한 이는 국왕이었다. 우리들의 대표들이 들러리가 된 그날, 유일한 위로는 찰스 3세 국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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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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