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 들어보셨는지. 독도에 살다가 멸종된 바다사자를 말한다. 20세기 초에는 울릉도, 독도를 비롯해 동해안 일대와 일본에 수만 마리가 서식했다. 그러니까 동해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일본 열도 해안에 많이 살았다. 조선 시대 의 고문헌 자료에 가지어, 수우 水牛 등으로 표기돼 있는데 외국에서는 Japanese sea lion이라 불린다. 일본이 국제 학계에 먼저 보고해서 학명으로 Jap을 달고 있다.
신라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을 정벌하고 난 뒤인지 신라는 당나라에 우산국의 특산품인 강치 가죽을 조공품으로 보냈다고 한다. 신라말 후삼국시대에도 울릉도는 고려에 토산물을 바쳤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 정조 때 토산물인 가지어피 可支魚皮 2장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가지어에 대해 조선 후기 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 <동해 가운데 있는 울릉도에는 산물로 가지어가 있다. 그 기름은 등불에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강치가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줄어든 것은 1905년 독도가 시마네현으로 강제 병합된 이후 일본인들이 남획하면서다. 일본인 어부들이 한 해 잡은 강치는 약 3,000~3,200마리였다는데 강치의 최대 서식지인 독도가 강치의 학살지로 바뀐 것이다. 1904년부터 1911년까지 1만2,000여마리를 잡았다는 기록도 있다. 가죽은 벗기고 고기는 사료로 쓰고 기름은 짰다. 일제 강점기 '다케시마어렵회사'는 과거 고급 조공품이었던 강치의 가죽을 얻으려 보이는 대로 잡아들였다. 남획의 끝은 멸종이었다.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 영토론으로 아전인수 해석하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가 독도의 강치잡이다. 극우 동화작가가 쓴 '강치가 있던 섬'(メチのいた島)'이라는 책이 있을 만큼 일본인은 오랫동안 강치와 평화롭게 공존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오래전부터 다케시마를 비롯한 섬에서 강치를 잡아 왔기에 독도는 일본 땅인데 한국이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강치를 결딴내고는 강치를 잡으러 들락달락 거린 것을 갖고 영유권 운운하는 것이다. 일본이 저지른 독도에서의 강치잡이는 도둑질이고 범죄였는데 말이다.
한국의 어느 중고등 학생들이 학교 축제에서 강치가 그려진 볼펜을 만들어 팔아 만든 기금으로 작가에게 강치 모형의 상을 제작 의뢰해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중학생들이 이런 말들을 했다고 한다. <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던 독도의 긴 역사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 강치상을 제작했다>, <대한민국 국민인 저조차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교과서를 집필하고 교사를 양성할 때 독도가 왜 한국영토인지 구체적으로 가르치도록 했으면 좋겠다>. 어린 학생들의 말에... 유구무언이다.
아픈 역사의 소녀상만큼 소중한 역할을 하는 강치상이 될듯하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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