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세상 사람들은 유튜브를 보는데 10억 시간을 쓴다. 10억 명이 하루 한 시간 동안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있는 셈이다. 혹시 어르신 중에 나는 그만큼 오래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면 20억 명이 하루 30분 동안 유튜브를 본다고 생각하시라. 영화를 보든, 음악을 듣든, 다큐멘터리를 보든, 먹방을 보든, 식당에서 편안히 밥 먹으려고 아이에게 틀어줬든, 뉴몰든의 맛집을 찾아보든 어쨌든 우리는 구글의 유튜브를 일상에서 무지 많이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유튜브는 엄밀히 언론이 아니다. 현행법상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유튜브의 부작용은 그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나온다. 지금 영향력은 방송 못지않거나 혹은 그 이상인데 규제할 수 없다. 그 속에서 제 입맛대로 말하고 주장하다가 어떤 일, 어떤 왜곡이 벌어지고 어떤 가짜 뉴스가 퍼져 나오는지 알면서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유튜브를 '범죄자들의 대나무숲'이라고 말한다.
어느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처럼 길고 컸는데 이를 아는 이는 임금님의 모자를 만드는 직공뿐. 어디에도 말을 할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다가 마음껏 외칠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다름 아닌 대나무숲. 그리스 신화에 있고 우리나라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내용. 그런데 유튜브가 범죄자들의 대나무숲이라는 건 유튜브상에서 온갖 불법이 다 자행되고 심지어 범죄자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나는 무고하다'고 주장하거나 '나 이렇게 보복할 거야'라고 겁박하는 방송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유튜브 방송을 하는 것 자체가 범죄인 범죄자들의 선을 넘는 방송이 넘치는 곳이 유튜브다.
그래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문제투성이인데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에 유튜브(인터넷 방송 제작자)가 들어간다는 소식은 솔직히 씁쓸하다. 더 솔직하게 얘기해서 내 자녀가 유튜브만 보고 있다면 좋아할 부모가 하나도 없을텐데 돈이 된다는 이유밖에는 다른 요인을 찾을 길 없는 유튜브가 되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해야 할까. 조회 수가 많을 때 쾌감을 얻는 어린이 유튜브는 나중에 어디에서 그 쾌감을 대신할까. 어린이 유튜브는 정말로 즐겁게 매일 방송을 촬영하는 걸까.
이런 유튜브 열풍에는 50대 이상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큰 몫을 하면서 책임도 크다. 이른바 시니어 세대. 이런 어르신들이 유튜브에 빠지니 이들을 타깃으로 한 채널이 또 많이 만들어지고 그 채널은 하나같이 '아니면 말고' 식의 자극적 보도로 어르신들의 구미를 끈다. 분위기가 가짜뉴스를 진짜인듯 보이게 만들고 막말을 사이다 발언처럼 들리게 만드는 곳이 이런 채널들이다. 어르신들이 조중동을 안 믿고 유튜브를 믿게 만든 건 유튜브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보수 유튜브와 어르신들의 궁합이 오직 '에코 체임버'에 그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우리끼리만 계속 똘똘 뭉쳐 좋을 뿐 다른 이를 포함시킬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는 폐쇄주의 말이다.
그래서 유튜브는 이제 규제해야 할 시점에 왔는데, 답은 이거다. "어르신들 제발 유튜브 좀 ..."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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