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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코로나와의 이별을 위한 노력

hherald 2021.05.03 16:53 조회 수 : 4169

지난해 10월 영국 임페리얼 대학이 주도해서 건강한 사람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감염 시켜 백신의 효과와 면역 체계 반응 등을 연구하는 휴먼 챌린지 human challenge 실험을 시도했다. 코로나 19 백신을 빨리 만들고자 이런 윤리적 논란이 있는 실험을 강행했다. 말이 좋아 '휴먼 챌린지'라고 해도 사실 '마루타'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 실험에 필요한 대상자는 18세~30세 사이의 건강한 사람으로 심장병이나 당뇨병 등이 없고 코로나 19에 걸렸던 적이 없어야 한다. 이 실험에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자금 3360만 파운드가 들었다. 우리 돈 500억 원이다. 참가자들은 2~3주 정도 격리시설에서 지내게 된다. 실험 후 4,000파운드를 준다. 목적이 백신을 빨리 만들겠다는데 있다 해도 고의로 감염시키는 실험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그래서 한국 언론에서 이 기사를 퍼 나르며 '영국의 마루타 실험, 600만 원 주면 코로나 걸리시겠습니까, 건강한 성인 코에 코로나 뿌린다' 등의 제목을 달았다. 이 실험에 담긴 절실한 의지는 다 빠지고 독자들 눈만 낚시하듯 다분히 자극적이다.

 

지난해 10월 마루타라는 욕을 먹는 휴먼 챌린지를 시도할 때와는 달리 백신 덕분에 세월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이번에 영국 정부가 한 실험은 4월 30일 리버풀에서 이루어졌다. 리버풀의 한 클럽, 3천여 명의 젊은이가 모였다. 실내에서 마스크 없이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고 화려한 조명 아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클럽 개방 시험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24시간 내 코로나 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통해 대규모 행사에서 코로나 19 확산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영국만이 아니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이런 실험을 했다. 결과는 이렇다. 음성 확인을 받은 사람만 입장하면 실내 행사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 실내 행사라도 음성인 사람만 입장하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누구나 올 수 있는 야외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 가정이라면 음성인 사람만 입장하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킨 대형 클럽도 집만큼 안전하거나 집보다 더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소식에 기뻐한다면 휴먼 챌린지의 참가자나 클럽에서 춤추는 실험에 참여한 젊은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어느 것이든 코로나와의 이별을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어느 BBC 기자의 후일담을 옮겨본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의 하니프 마즈루에이 기자는 미국의 바이오테크 기업 노바백스가 영국에서 실시하는 코로나 19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설명하며 마지막에 이런 소감을 남겼다.
<나는 이 연구의 일원이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이 바이러스를 물리칠 해결책에 일조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따뜻함이 돌아오는 내년 여름이 되면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있고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로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길 기원하자. 우리의 행복, 안도감을 표현할 수 있고 서로가 얼굴에 미소를 띠는 걸 볼 수 있도록>

 

코로나로 원치 않는 수많은 이별이 왔고 지금도 수많은 슬픈 이별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젠. 코로나와 이별할 시간.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코로나와의 이별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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