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미국 사절단의 대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니까 그는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이다. 퍼스트 젠틀맨은 여성 국가원수의 남편을 말한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고 필립 공이 대표적인 퍼스트 젠틀맨이다. 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남편인 데니스 대처 경도 퍼스트 젠틀맨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편이 있었다면 역시 그가 퍼스트 젠틀맨이 된다.
필립 공(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남편이 '내 힘의 원천이자 안식처'라고 했다)이나 데니스 대처 경(그는 집에서 각료회의가 열리면 각료 부인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처럼 퍼스트 젠틀맨의 역할을 훌륭히 했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간혹 여성 정상의 얼굴에 먹칠 퍼스트 젠틀맨들도 있다.
더글러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트위터 자기소개란에 '카멀라 해리스의 남편이라 자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써놓을 만큼 아내 사랑이 지극하다고 한다. 또한 큰 로펌의 높은 자리에 있었던 변호사인데 업무가 세컨드 젠틀맨 활동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사표를 내고 로스쿨 교수로 갔다고 하니 외조가 매우 헌신적으로 보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다음 대선에 나올 걸로 보이는데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
그가 이번에 만난 사람이 방송인 홍석천 씨다. 한국 주류 언론은 이 만남을 별로 다루지 않았는데 <워싱턴포스트>가 오히려 비중 있게 다뤘다. 기사 제목이 <엠호프의 한국 방문으로 젠더와 LGBTQ 이슈가 전면에 떠오르다>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엠호프와 홍석천이 만남으로써 한국의 다양성과 문화를 강조했지만 같은 날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이 동성애를 혐오,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며 한국의 현 상황을 두 개의 화면, 혼란스러운 분할 화면으로 표현하며 "한국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여성계가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고 했다.
엠호프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경제, 교육 분야에 여성 리더가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단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여성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여줄 것입니다. 여성의 성공을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다. 물론 그는 발언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외교적 멘트도 했다.
그런데 삼척동자도 아닌 게 아니란 걸 느끼겠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왜 성소수자 방송인인 홍석천과의 만남을 주선했는지. 임기 초반부터 성소수자 혐오 논란에 휩싸여 있는 윤석열 정부에 주는 메시지가 읽힌다. 이런 상징적인 만남에 관심 없는 한국 주류 언론들에 주는 <워싱턴포스트>의 메시지도 알 듯하다. 모른다면 큰일이고 모른 척한다면 아직 한참은 멀었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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