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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캠퍼스의 사제지간 師弟之間 연애

hherald 2023.03.13 16:49 조회 수 : 4630

옥스퍼드대학교가 교수와 학생 간 연애를 금지한다는 새 교칙을 시행키로 했다. 새 교칙은 교직원들도 학생들과 연애해서는 안 된다고 막는다. 물론 교칙으로 연애를 허용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제 간 연애 금지를 명문화하는 것은 엄연히 성인들인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거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런데 잠시만 생각해도 사실 교수, 교직원과 학생 사이에는 위계 관계가 형성돼 있어 연애라고 하지만 부적절한 관계일 경우가 많을 걸로 보인다. 성적을 평가하고 논문을 심사하는 권력을 악용해 성폭력이나 성접촉이 발생하기도 하고,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이번에 새 교칙이 나온 것도 옥스퍼드대 학생회에서 학내 성폭력 근절 운동을 벌이는 단체 'It Happens Here'가 교수와 학생 간 부적절한 관계를 금지하도록 대학 측에 요구한 결과라고 한다.

 

영국 대학 중에 사제 간 연애를 금지하는 곳이 옥스퍼드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로햄턴(Roehampton)대학, 2018년 그리니치(Greenwich)대학이 이미 시행했고 2020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도 채택했다. 미국은 예일대가 2010년부터 교수와 학생 간 성관계를 금지했고 하버드대가 2015년 같은 학칙을 제정했다. 특히 기존 학칙은 교수와 소속 학과 학생의 성관계만 금지했으나, 새 학칙으로 교수와 모든 학생 간에 잠자리를 금지하고 연애도 못 하게 못 박았다. 

 

물론 미국 대학들에는 그 이전부터 이런 연애의 금칙이 있었는데 2007년에 미국 UCLA대학 심리학과 폴 에이브럼슨 교수가 <상아탑에서의 로맨스, 양심의 권리와 자유>라는 책을 써서 "교수와 대학생 사이의 로맨스는 인간의 기본권이므로 규제해선 안 된다."고 사제 간 연애를 금지하는 미국 대학들의 규정을 비난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했다. '교수와 관계를 유지하다 깨질 경우 학업에 악영향을 받을 학생들을 보호하자'는 학칙의 의도를 모르는 '캠퍼스 카사노바'라고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 

 

사제 간 연애 금지 학칙은 2020년 3월 UCL이 만들었을 때 한차례 집중 조명받은 바 있다. 당시 <교직원과 학생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금지하고, 교직원은 학생과 '적절한 신체적·심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학업에 직접 연관되지 않은 교수와 학생도 연애할 경우 한 달 내 학교에 보고하고 그렇지 않으면 징계>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교직원들은 <학생들과 특별한 우정을 쌓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휴대전화 번호를 주거나 대학 밖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특별한 우정(special friendships)'은 '그루밍(grooming)'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교수, 교직원이 학생 건드리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대학이 사제 간 연애를 금지하는 첫째 이유는 '학생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연애는 개인의 자유요, 권리요, 사생활이지만 대학 내에서 사제지간 연애를 막는 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니...

그걸로 다 알아들었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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