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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찰스 3세 대관식의 성유 聖油

hherald 2023.03.06 18:09 조회 수 : 4658

오는 5월 6일 토요일에 국왕 찰스 3세와 왕비 카밀라의 대관식이 거행된다. 영국으로서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이고 유럽으로서는 21세기에 들어 최초로 열리는 대관식이다. 영국은 5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 기간에 펍과 같은 술집 영업시간을 새벽 1시까지 연장할 수 있다.

 

대관식에는 새 국왕 몸에 신성한 기름 바르는 도유식(塗油式·anointment)이 있다. 성유 의식으로 국왕의 머리, 가슴, 손에 성유 聖油를 바르는데 대관식의 전체 과정 중 가장 종교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순간이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행한다. 대관식 전체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더라도 이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때도 이 성유 의식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금색 캐노피로 가렸다.

 

기름을 종교의식에 사용한 증거는 많은 원시종교에서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깊다. '기름 부음' 의식은 고대 근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데 손님을 환영하고, 몸을 꾸미고, 시신 부패를 방지하는 등의 목적으로 행해졌다. 또한 왕이나 지도자를 정하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예전에 이스라엘 왕들은 왕으로 즉위할 때 기름 부음 의식을 하고 '기름 부음을 받은 자'로 불렸으며 그리스도나 메시아라는 단어도 '기름 부음을 받은 자'를 의미한다.

 

이번 대관식에서 국왕 찰스 3세와 왕비 카밀라도 '기름 부음' 의식을 받는다. 역사상 처음으로 성유 의식을 우리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성유 의식을 볼 수 있도록 시스루 형태의 투명 캐노피가 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찰스 3세가 금색인지 투명인지 어느 캐노피를 선택할지 불확실하다고도 한다. 

 

이번에 사용하는 성유(chrisma : 바르는 '크림'의 어원)로 100% 식물성 기름을 쓴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사용하던 성유에는 사향유와 향유고래에서 나오는 용연향이 포함돼있어서 동물 학대라는 뒷말이 따랐다. 그래서 이번에 참깨, 장미, 재스민, 계피, 오렌지꽃 등으로 향을 낸 올리브 오일이 쓰인다는데 이런 내용까지 특별히 크게 알리는 것은 찰스 3세가 열렬한 환경주의자이자 동물 보호론자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쎄, 30년 전 여우 사냥에 윌리엄, 해리 어린 두 왕자를 데려갔다가 정계와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맹비난받고, 여우 사냥 중 말에서 떨어져 어깨뼈가 부러지고, 20년 전에는 여우 사냥이 금지되면 영국을 떠나겠다고 투덜댔던 흑역사가 있다. 이를 지워보려는 노력으로 식물성 성유도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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