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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에너지 빈곤층, 남 얘기가 아냐

hherald 2022.08.15 17:37 조회 수 : 4039

영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너지 빈곤층이 될지도 모른다. 요금이 많아 나올까 웬만큼 추워도 히터 빵빵하게 틀지 못하고 참는 순간 당신은 빈곤층이 된다. 올여름 이 더위에 당신은 아마 집에 에어컨이 없었을 테고 설령 있었다고 해도 맘 놓고 시원하게 못 틀었다면 당신은 에너지 빈곤층이다. 좋다. 에어컨 시원하게 틀고 겨울에 히터 따뜻하게 돌린다 치자. 그래서 당신 소득의 10% 이상을 가스, 전기 요금으로 냈다면 역시 에너지 빈곤층이다. 영국은 에너지 요금을 낸 후 수입이 중위소득 60% 이하에 해당할 경우(약 3만 1천 파운드)나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등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면 에너지빈곤가구로 규정한다. 거실 21℃, 방 18℃를 유지하지 못하면 역시 에너지빈곤가구가 된다.

 

그래서 올겨울 지나면 영국 국민의 3분의 1이 빈곤층이 된다고 한다. 워낙 비싼 에너지 요금에 서민들은 에너지 부채를 안고 사는 빈곤층이 된다. 올여름 600만 가구가 이미 에너지 요금을 연체했다. 10월에 에너지 요금이 또 오르면(영국에는 오프젬 -Ofgem·전력가스시장규제청-이 매년 4월과 10월 1일을 기준으로 전기요금 상한을 정한다. 올 10월 에너지 가격 상한을 3,582파운드로 예상한다) 1,050만 가구가 빚을 지는 빈곤층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죽하면 덴마크에서 "영국이 개발도상국처럼 보인다"고 했다.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개념은 197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영국 전력산업이 민영화하던 199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문제라고 해도 못사는 사람에게 국한된 문제, 당연히 사회 취약계층이 이 문제에 휘말린 희생자들이다. 먹고살기 힘든 이들은 가뜩이나 갖가지 걱정을 안고 사는데 그렇게 에너지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 빈곤층을 더 힘들게 만드는 에너지였다. 올겨울도 비슷할 듯, 그때나 지금이나 에너지 빈곤층은 '음식이냐, 난방이냐? eating or heating'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아예 '배 째라'는 식의 저항도 나타난다. 영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영국인들의 분노 표출인데 에너지 요금을 내지 말자는 '요금 지불 보이콧'이다. '돈 페이 유케이'(Don't Pay UK)라는 단체가 주도하는 이 캠페인은 '10월 에너지 비용 납부 관련 자동이체를 해지하자'고 나섰다. 자동이체를 해지하고 요금을 내지 말자는 말인데 10월에 있을 요금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저항으로 봐야 한다. 한 편으로 이해할 만도 하다.
영국 정부는 10월부터 2,900만 가구에 에너지 비용 400파운드씩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글쎄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닐까.

 

내년 1월부터 가구당 1년 에너지 비용이 최대 4,266파운드로 한 달 평균 355.5파운드가 될 전망이다. 지금은 한 달 평균 164파운드라고 한다. 2배 이상이다. 에너지 빈곤층이 당장 남의 일이 아니라는 실감이 난다.

 

올겨울이 유독 더 추울듯하다. 이 더위에 올겨울 추위 걱정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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