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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기상천외 어록을 남긴 남자 가수가 있었다. 그 뒤 수 많은 패러디가 따랐다. '따귀는 때렸지만, 뺨은 안 때렸다', '세금은 올리겠지만, 증세는 아니다', '캐디가 귀여워 터치는 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오전 8시에 밥을 먹었지만, 아침 식사를 한 건 아니다', '돈 봉투와 접대를 받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건 아니다' 등등...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재조사한 국민대의 판정이 17년 전 이 패러디를 떠올리게 한다. 대학의 발표를 요약하면 '표절이 있었지만, 표절이 아니다'였다. 이렇게 나온 데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알 듯한 뻔한 사연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는 학문의 부정행위를 자정할 능력이 국민대에는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결국 국민대를 벗어나 범국민적 학계 차원에서 김건희 논문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국내외 학자 2 0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 모임 '지식네트워크'가 학계 차원에서 사실상 국민 검증을 하겠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잘 나가던 트로트 가수가 한창 박사 학위를 자랑하며 주가를 올리던 중 조선대학교에서 그의 석사 학위 논문이 표절이라고 발표하고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소한 사건이 있었다. 박사 출신 가수 홍진영의 최종 학력은 학사가 됐고 방송에서 퇴출당했다. 그런데 국민대는 이번에 남의 것을 도용해 학위 논문을 쓴 것이 괜찮다는 식의 논리를 만들어 냈다. 논문 통과 기준이 되는 표절률은 15% 정도라는데 김건희 여사의 논문은 전체 표절률이 43%, 어떤 부분은 87.8%가 표절로 밝혀졌다. 그런데 괜찮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표절보다 논문의 수준이라고 말들이 많다. 2007년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의 내용을 보면 <‘대머리’인 남자는 ‘주걱턱의 여자’와 궁합이 좋다>, <‘곱슬머리인 남자’는 ‘좌우 콧방울이 도톰하거나 숯이 많은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어울린다>와 같은 근거도 없는 내용을 소위 박사학위 논문 안에 펼쳐놓는다. 머리 '숱'을 '숯’으로 쓸 정도로 맞춤법도 맞지 않고, 조사의 부정확한 사용으로 문장 전달력이 수준 이하다.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은 영문 제목이 황당하다.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썼다. 아마도 논문 제목을 영문으로 번역하기 위해 번역기 등으로 기계 번역을 하니까 '유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마치 사람 이름 '유지'처럼 기계가 인식한 걸로 보인다. 지도교수와 논문 심사위원들이 있었을 텐데 하나같이 그냥 괜찮다고 봤다. 그들이 제대로 보기는 한 걸까. 박사가 남발하는데 학계는 이래도 정말 괜찮은 걸까..

 

'표절이 있었지만, 표절이 아니다'라는 상식 이하의 결정을 내려 눈에 빤히 보이는 부정을 눈감은 국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양심적이어야 할 학문의 세계에서 이런 부정이 있었다는 점을 우려하는 학계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불공정의 문제요,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우리 사회 공정의 문제다. 

 

특히 이는 국민의 상식에서 출발해 공정의 가치를 세우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시선들만 그곳에 가득하다. 진짜,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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