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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코로나와 120년 전 영국의 '1인 공관'

hherald 2021.07.05 16:51 조회 수 : 4629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해외 공관에 파견된 외교공무원들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중남미 공관에서 일하던 30대 외교관과 중국 공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이들 외교관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가족과 떨어져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병세가 악화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코로나로 삶이 힘들고 어렵지 않은 이 있을까마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외교관의 경우 그 어려움이 더했다고 본다. 

중국 공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은 재외공무원의 건강검진인 ‘전지 의료 검진’도 중단돼 한국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아야 했는데 한국 가서 격리하고 검진받고 중국에 돌아와 또 격리하면 허용된 연차 휴가를 다 써도 모자라 한국에 갈 엄두를 못 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고립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외교관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며 대책을 세우라는 반응이다.

 

코로나로 감옥 아닌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외교관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응원 글을 읽다 보니 외교관 혼자서 주재국에 상주하면서 대사대리로 모든 일을 소화하는 '1인 공관'과 같은 소규모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을 더욱 응원하고 있다.

고립감이 더 클 수밖에 없는 '1인 공관'의 얘기를 들으니 마침 1905년 5월 12일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 있었던 주영대한제국공사관에서 자결 순국한 이한응 열사가 오버랩된다. 왜냐하면 영일동맹으로 결탁한 일제와 영국은 '1인 공관'에 남아 혼자서 활발한 외교활동을 펴던 이한응 공사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몰았던 바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국 외무부가 공식적으로 이한응 열사의 정신 건강에 대해 발표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조국을 지키려는 이 열사의 맹렬한 외교 활동을 방해하고 외교 활동 대상인 영국 외무부와 이간질하려고 주영일본대사관에서 열사의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작했다고 의심할 수 있다. 

 

외롭고 힘든 외교관 생활을 어찌 일제강점기 이한응 열사에 비교할 수 있을까마는 코로나 시국에 혼자 남은 외교관의 고립감을 세월 건너 비춰 이해해 보려고 120년 전을 돌아본다.
1905년 4월 12일 이한응 열사는 하이드 파크에서 두 명의 괴한이 자신의 목숨을 노렸다며 영국 외무부 동아시아국 담당 차관보인 캠벨에게 신변 보호 요청 편지를 보냈고 영국 경찰이 한국 공사관을 찾아갔다. 그런데 영국 외무부는 이한응 열사가 순국하기 전날 주한영국공사에게 '이한응이 정신에 문제가 있어 자살할 우려가 있으니 즉시 본국으로 데려가도록 한국 정부와 교섭하라'는 훈령을 내렸다. 이한응이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근거는 모두 일본 측에서 나온 말이다. 영국 외무부는 일본 공사에게 들었다고 했으며 일본 공사는 이한응의 이웃 주민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이웃 주민의 편지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1905년 열사가 자결하던 해 영국 외무부의 한 관리가 쓴 이한응에 대한 평가는 <그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고, 보아하니 그의 정부도 그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다>였다. 아는 것이 없다는 말은 영일동맹의 검은 야심이 점점 본심을 드러내는데 그런 사정도 모르고 혼자 열심히 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요, 그의 정부가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은 120년 전, 약소국 1인 공관에 남은 어느 외교관의 고립감을 극명하게 보여줘 가슴이 쓰리다. 

 

힘든 시절, 외로운 외교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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