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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코로나 속 런던한국학교 졸업식

hherald 2021.06.28 16:30 조회 수 : 4328

 

지난 주말 런던한국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유치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이 졸업한다. 졸업은 학교에 대한 마지막 추억인데 이번 한국학교 졸업식은 코로나로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조차 못 보고 컴퓨터로 작별 인사를 할뻔했는데 졸업 기념사진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졸업생과 가족만 참석하는 작은 졸업식이 열렸다.

 

런던한국학교는 1985년에 첫 졸업생이 나왔다. 36년 전이니까 그때 초등학교 졸업생은 지금 쉰 살을 바라보지 않을까. 적지 않은 세월은 영국에 초기 정착한 한인 선배들의 한국 교육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말 살펴보니 유럽에는 26개국에 걸쳐 모두 115개의 한글학교가 있는데 나라마다 한글학교 수는 살고있는 한인들의 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 국가에 1, 2곳, 많게는 3, 4곳이 있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가 68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초기에 한글학교가 가장 먼저 세워진 곳도 이들 국가다. 독일 초기 한글학교로 꼽히는 아헨한글학교는 1973년, 마인츠 무궁화한글학교는 1975년에 설립됐다. 프랑스는 파리시 14구에 위치한 파리한글학교가 1974년 가장 먼저 설립됐다. 영국의 한글학교는 1972년에 시작했다. 따라서 '런던한국학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한글학교다. 개인적으로 영국 한인사회의 긍지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처럼 한글학교를 일찍 만든 재영한인들의 한국교육에 대한 열정이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미국 대학교의 한국인 교수가 외국에 사는 한국인을 3부류로 나누며 한국학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가를 영국에 비춰 설명하면 3부류는 배타적인 한국인, 영국화 된 한국인, 한국계 영국인.
살펴보자. 배타적인 한국인은 영국 안에 살면서도 한인 커뮤니티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영국화 된 한국인은 한국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채 영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한국계 영국인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영국 시민으로서 두 나라와 세계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영국 시민으로서 두 나라와 세계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그럼 세 번째 유형의 사람으로 키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영국 교육 시스템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심어 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한국학교다.

 

이 얘기가 시작된 미국도 한국학교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다. 그 이전에 온 한국인들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보다는 자녀들이 하루빨리 미국인으로 자리 잡는 데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철저히 미국인으로 자랐다. 재미동포들이 아쉽게 놓친 부분이라 인정하는 한국교육의 공백. 
남북한 7,000만. 10%가 재외동포다. 한국 밖에서 뿌리를 내리는 700만 한국인들을 하나로 모으는 곳이 한국학교다. 

 

한국학교는 대부분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한국 아이가 처음으로 접하는 커뮤니티가 됐다. 그래서 이 커뮤니티를 보살피는 교사들의 역할이 크고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한국을 가르치는 한국학교 교사들은 '개인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들'>라는 칭송이 있는데 그래도 중요성에 비해 칭찬이 부족하다.

올해 런던한국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에게 보여주려고 배동진 교장을 비롯해 여러 교사들이 졸업 축하곡을 만들어 불렀는데 마침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코로나가 졸업식이라는 마지막 학교의 추억마저 앗아갈 뻔했는데 어쨌거나 추억을 만들려는 교사들의 마음 씀씀이가 2021년 영국 런던한국학교의 졸업식에 더 진한 추억을 남겼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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