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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국왕에게 Egging 한 죄, 벌금 100파운드

hherald 2023.01.16 18:02 조회 수 : 4561

작년 12월 런던 북쪽 루턴 지역을 방문한 찰스 3세 국왕을 향해 누군가가 계란을 던진 적이 있다. 찰스 3세가 계란을 맞진 않았다. 범인인 20대 남성은 "루턴처럼 영국에서 유독 가난한 지역에 와서 주민들과 악수 행사를 벌이는 것은 왕의 몹시 고약한 취향이라고 생각해 이를 지적하고자 계란을 던졌다”고 했다. 사유가 좀 엉뚱하다. 어쨌든, 국왕에게 계란을 던진 죄로 벌금 100파운드, 재판 비용 85파운드를 물게 됐다.
찰스 3세는 지난해 11월에도 요크에서 왕비와 함께 산책 중에 계란 세례를 받을뻔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계란을 투척하는 것을 Egging이라 한다. 주로 미움을 받는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 또는 건물에 계란을 던지는 것을 말한다. '계란 세례'라고도 한다. 이때 계란은 시위와 항의의 도구가 된다. 계란 맞고 죽은 사람 없듯이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맞은 사람에게 수치심을 주기엔 딱 좋다. 토마토, 파이 등도 던지지만 계란만큼 가볍고 손에 딱 맞고 던지기 쉬운 것이 있을까.

 

영국에서는 할러윈데이에 어린 청소년들이 집과 자동차 등에 Egging을 많이 해 골칫거리였다. 간혹 사람을 향해서도 던져 장난으로 시작했다고 하나 인종 문제로 비약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2004년에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에서 할로윈 기간에 16세 이하에게는 계란을 팔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원래 Egging에는 시위와 항의가 담겨있다. 항의의 표시로 음식을 던진 역사는 길다. 네로 이후 등극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아프리카 총독 시절, 가혹한 세금을 물리자 백성들이 항의의 표시로 그에게 순무 turnip를 투척했다. 황제에게 던지는 건 목숨을 건 투척이었다.

 

영국에서는 중세 시대 죄수에게 칼을 씌워 눈을 못 뜰 정도로 계란을 투척해 봉변을 줬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대에는 연극을 하는 배우의 연기가 형편없으면 관객들이 썩은 계란을 던졌다. 17세기와 18세기 영국에서 종교분쟁 시 타 교파의 성직자에게 계란을 투척했다는 기록이 있다.
빅토리아 시대 중요한 영국 작가로 꼽히는 조지 엘리엇의 소설 '미들마치 middlemarch'에 1830년대를 배경으로 정치에 입문하는 주인공이 형편없는 공약을 내놓다가 군중으로부터 계란 투척을 당해 도망가는 내용이 나온다. 소설은 1870년대에 발표했는데 이때부터 영국에서 계란 투척이 정치적 항의 수단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는 반노동자 정책과 민영화로 시위 군중으로부터 1981년 계란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죽은 후, 그의 고향마을 그랜섬에 동상이 세워지자마자 2시간 만에 동상이 Egging을 당했다. 

 

성난 민심, 항의로 표현으로 계란을 던졌다 해도 당연히 이는 불법이다. 50g 정도에 불과한 것을 던져서라도 표출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해도 그건 당사자 사정이다. 더욱이 계란 세례를 당한 대상이 그 봉변을 어떻게 대처하고 승화하는지에 따라 Egging을 한 사람의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잘 생각해서 던져야 한다.

 

그나저나 영국에서 국왕에게 계란을 던진 죄가 벌금 100파운드라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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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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